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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하게 수사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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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하게 수사하라(사설)

입력
199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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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들이 예사로 터져나오는 세상이다. 하지만 대선 막바지에 드러난 「부산지역 기관장 모임」의 충격은 너무나 컸다. 그래서 우리는 사상 첫 중립내각의 위신과 국민들의 공명선거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었다. 그런데도 엊그제부터 시작된 검찰수사는 「전직 장관을 위한 사적 모임」 주장을 흘리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더욱 놀랄 일은 부산모임을 폭로하는데 이용된 도청이 국가안보를 맡은 안기부의 직원과 「현대」 사람들이 개재된 조직적 공모로 이뤄졌음이 수사결과 드러난 점이다. 이같은 도청경위는 「기관장 모임」에 못지않은 추리극적인 흥미와 충격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부산 모임이 과거 관권선거의 대명사였던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망령을 또다시 상기시켜주는 엄청난 사건이었다면,국가기관원과 기업조직이 결부된 도청은 공직윤리의 실종과 함께 돈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사생활 침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덕적 및 법적 결격사태를 아울러 드러낸 사건인 것이다.

사태가 이처럼 악순환을 거듭하는데도 당국이 정정당당하고 추상같인 의지로 대처하지 못해 의혹과 말썽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정말 유감스럽다. 부산 모임의 관련자나 수사당국이 국민적 충격·분노나 선거에 끼친 파장과 흠집을 깊이 유념했다면 그런 안이한 자세로 「사적모임」만을 강조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그런 자세로 말미암아 당국이 「부산 모임」 자체보다 도청사건쪽으로 편향된,본말이 뒤바뀐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정치적 말썽마저 일고 있지 않는가.

이런 말썽을 없애고 중립내각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려면 「부산 모임」이나 도청사건을 추호라도 편향없이 철저히 파헤치고,공명선거 정착 및 공직 기강확립을 위한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모두 엄격히 다루는 길만이 최선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도 끝난 마당에서 화합과 용서를 유달리 강조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두사건 모두 법적용에 다소 어려움이 있고 정상참작의 여지도 있다는 견해마저 더러 피력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설혹 과거와 같은 대책회의는 아니었다해도 부산 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미루어 우리 사회의 병폐인 지역감정 자극마저 불사하며 특정후보지원을 예비 음모한 혐의점만은 쉽사리 부인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도청을 처벌할 법부재문제도 형법상의 비밀침해나 주거침입 등의 조문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보제공 공직자의 경우는 혐의가 너무나 확실하다 하겠다.

화합과 용서의 분위기도 범법 사실이 뚜렷한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결코 해당되지 않음을 당국은 차제에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공명선거관리를 위한 중립내각마저 출범시킬 정도로 단호한 각오로 임한 이번 선거에서 과거처럼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흐리멍텅한 처리 타성으로 뒷걸음질쳐서는 안된다.

공명선거는 저절로 뿌리가 내려지지 않는다. 공명의지와 준법정신의 확산,그리고 범법자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 밑거름으로 쌓여야 비로소 공명선거의 전통은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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