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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매듭 풀기/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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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매듭 풀기/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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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정치적 승부가 끝나자 경제계의 관심은 현대그룹이 과연 어떻게 몸 추스르기를 해나갈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우선 현대그룹 내부적으로 그동안의 선거과정에서 대열이 크게 흩어지고 또 결과가 패배로 끝난 후유증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내부적인 치유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외부적으로 기업활동이 정부의 신규 사업허가 등 각종 인허가와 맞물려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종전과 같은 정상적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이 때문에 관심의 시선은 대체로 우려 일색이다.

21일 현대그룹편에서 먼저 몸추스르기를 시작했다. 과장급 이상의 간부 2천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는 정치바람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극도로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15분가량 진행된 이날의 전체 간부회의에서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은 투박한 목소리로 김영삼 대통령당선자에게 『관용과 아량을 베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제부터는 기업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 한국경제선진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얘기였다.

정 회장은 또 현승종 국무총리와의 면담도 신청해놓은 상태다. 선거과정에서의 무리를 사과하기 위한 자리라고 들린다.

그러나 현대문제가 현대그룹 혼자만의 힘으로 풀리리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현 정부와 김영삼당선자,정주영 국민당 대표 등이 각자 제몫의 역할을 해줘야만 한국경제의 주요 부분으로서의 현대가 실질적으로 정치의 질곡을 벗어나 온전한 기업활동으로 복귀하는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김영삼당선자에게는 승자로서,패자의 마음까지도 완전히 사로잡는 것이 승리의 최종적인 완성임을,정주영대표에게는 현대를 창업자 부담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놔주는 것이 진정으로 현대를 위하는 길임을 우선 지적해야 한다.

정부로서도 이미 엎질러진 법위반에 대해선 냉엄한 법집행을 하더라도 「미운 오리새끼」 낙인을 두고두고 찍어 두어선 곤란한 일이다.

개별기업으로서의 현대가 안됐기 때문에 하는 얘기가 아니다. 현대의 위축과 정체가 곧바로 국민경제에 미칠 일파만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대로서도 오로지 기업활동에만 매달려 경쟁력있는 제품,경제전반에 커다란 부수효과를 내는 산업을 제대로 일궈야만 비로소 국민의 애정에 보답하는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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