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은 22일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한다. 하노이를 방문중인 이상옥 외무장관과 구엔 만 칸 베트남 외무장관은 22일 회담을 가진뒤 역사적인 수교 공동성명서에 서명함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한월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양국간의 관계는 특수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월남전 당시 64년∼73년까지 한국은 31만의 군대를 파병,남베트남을 도와 북베트남 및 베트콩과 피를 흘리며 싸웠던 것이다. 남쪽의 패망에 따라 분단이 종식되고 북쪽으로 통일된 베트남은 오랫동안 한국과 외교단절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양국간의 아픈 상처도 서서히 아물기 시작,83년부터는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이 이뤄졌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북방정책과 베트남의 도이 모이(개혁)정책이 접목되어 88년부터는 직교역으로 바뀌었다. 그로부터 양국간의 교역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지난 9월말 현재 교역규모는 2억9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북방국가중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3번째의 교역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경제교류의 급증이 결국은 양국간의 정치외교관계의 정상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제 국교수립을 계기로 양국은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우호협력시대를 열게 되었다.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북방외교를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있고 베트남으로서는 개방외교를 트는데 큰 의의가 있다. 한국은 이제 베트남에 구축한 외교진지를 토대로 캄보디아,라오스와의 관계개선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한국은 하노이에 대사관을 설치하면서 지금은 호치민시로 개명된 사이공에 총영사관을 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호치민시는 지금 경제재건의 심장부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인 2세들도 적지않게 살고 있는 곳이다. 현지 진출기업과 2세 교포들을 보살피는데 하노이의 대사관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양국관계 진전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제분야이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베트남의 인력과 자원이 만나면 양국 모두에게 커다란 이득이 될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제 베트남에 본격 진출하면서 정부당국이나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불행했던 과거에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과거를 잊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나 내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오만한 자세나 과당경쟁은 특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북방외교의 마지막 발판을 마련하면서 북한에 대해 한마디 안할 수 없다. 한국과 수교한다고 베트남과 단교하는 어리석은 짓이야 물론 하지 않겠지만 이제는 고립에서 벗어나 적극 개방쪽으로 방향을 돌리라고 새삼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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