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관장 모임」 사법처리 “주저”/“정치사건·「집안식구」 사안 미묘”/사적모임 부각 “처벌불가” 인상부산 기관장들의 김영삼후보 지지모임 및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선거종료와 함께 모임 참석자 및 도청 관련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함으로써 대선 직전 회오리를 몰고왔던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밤 부산 기관장 모임 참석자들의 대화내용을 도청한 현대직원 등을 연행,철야조사한데 이어 모임을 주도한 김기춘 법무장관 등 4명을 21일 소환해 모임의 성격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같이 외형상 발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 사건들이 워낙 예민한 정치적 사안인데다 「집안식구」라 할 수 있는 김기춘 전 장관이 이 사건의 중심인물이어서 사법처리 결정에 곤혹스런 표정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우선 판단해야 할 부분은 부산 기관장 모임이 민간인 김기춘씨 주도의 단순한 사적인 조찬 모임인가 아니면 현직 기관장들에게 압력을 간접행사,김영삼후보를 지원키 위한 일종의 선거대책 회의였는가 여부이다.
검찰은 줄곧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관련자들을 전원 조사한뒤 선거법 위반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원칙론만을 강조하고 있으나 수사과정에서 감지되는 기류는 「사법처리 불가」쪽으로 굳어지는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민당이 제출한 녹음테이프 녹취전문을 분석한 결과 참석자들의 발언의미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밝혀 부산모임을 선거관련 대책회의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김 전 장관의 영향력이 크고 ▲참석자들의 발언내용중에 선거에 관권개입을 시사하는 내용이 있는 점 ▲참석자들의 신분이 모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련 기관장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산모임을 사사로운 정당의 자리였다고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산모임에 선거대책회의적 성격이 일부 있다해도 ▲기관장들이 이 모임후 구체적으로 관권동원을 실행했다는 혐의점을 찾을 수 없고 ▲현행 선거법상 구체적 범법행위가 완성되지 않은 예비음모단계의 미수범을 처범할 수 없는 점 등 이유로 사법처리는 힘들다는 것이 검찰의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장관 등이 이미 도덕적 치명상을 입었고 관련기관장들이 모두 해임된 만큼 더 이상의 조치는 무리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부산모임 사건과는 별도로 이 모임을 도청한 관계자들이 20일밤 전격 소환돼 철야조사를 받는 등 검찰의 도청경위 수사도 급진전되고 있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이나 ▲현행법상 도청행위를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데다 ▲부산모임 참석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형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이 부분도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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