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2곳에 수신기 설치/현대 사진 동우회서 촬영부산 기관장들의 김영삼후보 지원모임을 도청한 경위가 드러나고 있다.
지역 기관장들끼리의 폐쇄적 모임이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듯 완벽하게 노출됐다는 점에서 도청경위는 이 모임에서의 발언내용 못지않은 관심을 끌어왔다.
현재까지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난 경위는 일부 국민당원과 현대 직원들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한 것으로 또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검증돼야 할 부분이 많기는 하나 처음으로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져 흥미를 끌고 있다.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전 현대중공업 직원인 문종렬씨가 모임제보를 받은 것은 대선 열기가 막바지에 치달은 5일.
제보자는 문씨는 고교 후배인 안기부 부산지부 직원 김남석씨였다.
문씨는 제보를 받은 직후 이를 현대중공업 안충승 부사장에게 보고했고 이튿날부터 9일까지 사이에 두차례 현장을 답사하는 등 007식 도청작전을 시작했다.
이 사전 답사과정에는 안기부 직원 김씨도 한차례 동행해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이때 현장답사에서는 안 부사장보다 상급자로 행세,「대일무역 김 실장」으로 행세했고 평소 유력 단골들에게만 제공되던 지하실방을 고집해 식사하면서 도청 가능성과 도청기 설치장소를 물색했다.
문씨 등은 9일 부산 광복동에서 도청장치를 구입한뒤 10일 낮 12시께 문씨,안 부사장,안종윤씨 등 6명이 지하실방에서 4시간여동안 식사하면서 이 방의 장롱과 창틀 등 2곳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이때 직접 도청장치 설치에 가담한 사람은 문씨와 안종윤씨 등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와 안종윤씨는 모임 당일인 11일 새벽부터 초원복국집에서 20여m 정도 떨어진 인근주차장 담부근에 잠복한뒤 상오 7시께부터 2시간동안 FM 주파수를 맞춰 대화내용을 완벽하게 녹음했다.
같은시간에 상가 2층 화장실에서는 현대해양개발 최충영이사의 지휘로 현대그룹의 사진동우회 소속 직원 2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기관장들이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을 사진으로 잡았다. 도청에 성공한뒤 문씨와 안종윤씨는 곧바로 녹음테이프를 갖고 상경,이날 하오 서울 롯데호텔에서 정몽준의원을 만나 거액 지급 약속을 받고 녹음테이프를 넘겼다. 문씨 등은 이튿날 부산으로 돌아가 다음날인 13일 다시 초원복국집에 들러 지하실방에서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청장치를 회수했다. 이 녹음내용은 국민당측에 의해 일부가 발췌돼 지난 16일 공개됐는데 현대측의 최고책임자격인 안충승부사장은 선거가 끝난 19일 해외로 출국해 버렸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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