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클린턴과 호흡 맞춰라/올빼미 체질… 퇴근은 될수록 늦게/대안 반드시 준비·감정적 교감중시/베이비붐 세대로 서민풍 선호【워싱턴=정일화특파원】 빌 클린턴 차기 미 행정부를 구성할 고위직 내정자들이 「외유내강」형인 상관과 제대로 호흡을 맞추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5백페이지에 달하는 정치백서를 소설읽듯 독파하고,읽다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주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며 『29페이지에 나와있는 통계치의 출처가 밝혀져 있지 않다』는 식의 상세한 지적과 함께 두툼한 정책건의서를 되돌려 보내는 상관이라면 함께 일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LA 타임스」는 최근 클린턴 측근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차기 해정부 고위관리들이 알아두어야 할 11가지 규칙을 열거해 놓았다.
이중 가장 첫번째 규칙은 『자리와 영향력을 혼동하지 말라』는 것. 클린턴은 주위 사람들이 경질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단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일을 맡기지 않는다. 따라서 누가 처음에 어떤 직책에 임명됐는지 보다는 그가 누구에게 일거리를 맡겼는지 주목해 보아야 한다.
다음은 자신의 일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그에게 A라는 정책안을 제시하려면 최소한 10가지 타당성을 그 자리에서 줄줄이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당선자는 『당신의 제안이 가지는 타당성을 3가지만 말해달라』는 식의 즉석 주문에 익숙하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모범답안을 강요하거나 전레에 큰 비중을 두지말라는 점. 그는 항상 자신에게 선택의 폭이 주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특정 문제에 대해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멀리하며 과거의 전례가 어떻다는 식의 얘기를 싫어한다.
다섯째,그에게 정책안을 개진할 때는 제안이 가지는 장점과 함께 취약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여섯째,클린턴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사회문제를 수학문제 풀듯 접근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정치적 결과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그의 태도를 일찌감치 파악해야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일곱번째와 여덟번째 규칙은 되도록 늦게까지 사무실을 지킬 것과 인의 장막으로 그를 둘러싸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는 점. 이밖에 아침나절 보다는 저녁에 일하길 좋아하는 그의 올빼미 체질과 대민접촉을 유난히 밝히는 버릇에 유의하라는 것이 아홉번째와 열번째 조건. 마지막 11번째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클린턴이 자신과 감정적으로 『죽이 잘 맞는 사람』을 눈에 띄게 편애한다는 사실이다. 클린턴은 『행정부 각료들은 대통령의 공식 가족』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고 측근들과의 감정적 교감을 중시한다. 함께 일할 사람을 결정짓기 위해 면담을 할 때도 상대방 자신과 죽이 제대로 맞을 것인지를 주의깊게 살핀다.
클린턴은 앨 고어 부통령 당선자처럼 베이비붐세대의 문화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차기 행정부내에서는 베이부머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듯 싶다.
베이비붐세대에 속한 대통령 부부의 출현으로 백악관의 분위기도 일신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바버라여사가 동부출신 부유층을 축으로 하는 「프레피」족 생활양식을 고수했다면 빌 클린턴 대통령당선자와 힐러리는 중산층 전문직업인,즉 「여피」문화에 젖어 있어 백악관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순탄한 정치역정을 밟아온 부시가 일상생활에서도 격식과 격조를 중요시하는데 비해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전후세대 클린턴은 꾸밈없이 소탈하고 편안한 서민적 분위기를 선호한다.
미국의 42대 대통령가를 구성하는 빌 클린턴(46)과 아내 힐러리(44) 및 딸 첼시(12)는 탁자에 발을 올려놓은 느긋한 자세로 앉아 로큰롤 음악을 듣는다든지 식탁에 둘러앉아 잡담하기를 즐기고 맥도널드 햄버거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옷차람에서도 부시가 카키색 트렌치코트나 푸른색 스포츠 재킷 등을 자주 입는 등 한껏 세련미를 풍기지만 클린턴은 드라이어로 말린 부숭부숭한 머리에 엘비스 프레슬리 기념 T셔츠를 입고 다니기를 즐긴다.
이같은 여러가지 차이점을 비교해보면 클린턴 부부가 백악관으로 가지고 들어올 새로운 공기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대통령부부의 생활양식은 전임자보다 훨씬 서민적이고 캐주얼한 면모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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