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기둥」 상실 지도력 공백/과도체제 「차기」 맞물려 이견… 봉합 주목/민주/3위·득표부진 당존폐 기로/CY 위상·발전기금·영입파 갈등 변수/국민민주 국민 등 야권은 대선 패배의 충격속에서도 향후 진로를 모색해야만할 처지이다. 두당 모두가 3·24 총선이후 대선 열기에 빠진 나머지 본격적인 진로설정을 하지 않은데다 양김시대의 종언이라는 급변하는 정국상황까지 겹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은 당의 기둥이었던 김대중후보의 정계은퇴 선언으로 대선 패배 충격에 지도력의 공백상태까지를 맞았다.
이같은 구심점 상실에 따라 당내에서도 현재 활발한 체제개편 논의가 일고 있으나 「포스트DJ」를 자임할만한 뚜렷한 인사의 부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민주당은 당분간 혼미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임시 전당대회에서의 지도체제 개편 때까지 3개월간의 과도체제와 관련,우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이기택대표체제 형식을 띤 실질적인 집단 지도체제다.
이 대표측은 김 후보측의 반복된 약속 등을 근거로,또 「대표최고위원」으로서 당권을 쥐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저마다 「포스트DJ」를 노리며 틈틈이 입지를 다져온 김상현 김영배 김원기 정대철 조세형 이부영 최고위원 등이 얼마만큼 이를 용인할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특히 신민계 최고위원들 사이에는 『이제는 순수한 의미의 집단 지도체제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 기회에 신민계 대표최고위원을 옹립하자』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단일 지도체제를 바라는 이 대표측이 실질적인 세를 인정,「느슨한 1대표체제」,즉 「엄밀한 집단 지도체제」를 택하는 선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당내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이 경우 민주호의 순항여부는 이 대표의 지도력과 신민계의 호응에 달려 있다.
이 대표의 지도력과 관련,가장 주목되는 것은 「권위의 부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이다. 민주계에 대한 신민계의 불만이 상당부분 「기여는 없고 주장은 많다」는데 집중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대표측은 무엇보다도 당재정과 관련,상당한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민계의 호응여부는 가장 점치기 어려운 부분이나 평당원으로 남아있는 김 후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그동안 민주계와의 갈등을 무난히 해소해온 경험으로 보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김 후보는 「은퇴회견」에서 이 대표와 김정길 최고위원 노무현 전 의원의 노고를 특별히 강조했고 당에 대한 책임감을 빼놓지 않았다. 따라서 일단은 김 후보가 막후에서 신민계의 호응을 유도해 당의 분열상태를 막는데 커다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이 또한 이 대표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는게 김 후보 주변의 관측이다.
한편 신민계 일각에서 대선 패인과 관련,민주계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할 경우 민주당은 그야말로 대혼란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최고위원 노 전 의원 등의 활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영남지역의 「민주당 거부감」을 희석시키는데 실패했다는 점이 이같은 인책론의 골자가 될 것이다.
이 경우 그동안 신민·민주계의 접촉제역할을 자임해온 박영숙 이부영 최고위원 등의 민주개혁 정치모임의 당내 갈등 견제역할도 주목된다.
많은 갈등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어 일단 내년 3월까지는 대체적인 휴전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당소속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몇몇 의원들의 개인적 선택은 차치하고 본격적인 당의 동요여부는 김영삼 대통령당선자의 정국구상과 직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당선자가 현재의 3당 구도를 깨고자 할 경우 그 여파는 민주당에도 그대로 밀려들 것이기 때문이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국민당◁
○…국민당은 대선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향후 당의 진론에 대한 암중 모색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당은 현재의 상황이 대선 결과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구도중 최악의 「그림」이라고 보고 있다. 즉 비슷한 색깔의 민자당이 집권에 성공한 반면 국민당은 득표마저 부진함으로써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국민의 진론에 있어서 상정할 수 있는 최대의 변수는 역시 정주영대표의 거취와 선거막판 영입된 중량급 인사들의 적절한 역할분담여부.
정 대표 측근들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정 대표는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대중 민주당 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국민당내 일각에서도 정 대표의 2선 후퇴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 대표가 대선 이전처럼 당의 중심으로 활동하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 대표가 당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당운영기금문제. 이제까지 국민당이 신생 정당임에도 활발하게 움직인 배경에는 역시 정 대표의 「자금」과 현대 출신들로 구성된 「인력」이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할 경우 이같은 뒷받침이 가능할 것이냐에 당관계자들은 의문을 표시한다.
새한국당과의 합당시 「당발전기금」이 약속됐으나 이도 역시 대선 승리가 전제됐을 때 현실적으로 유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당은 선거막판 이질적인 인사들을 대거 영입함에 따라 향후 당내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우선 이종찬의원을 공동대표로 추대하는 문제에 상당수 영입인사들이 반대를 표시하고 있다. 이밖에 이자헌의원 등 새한국당 사전 입당파와 김복동의원 등의 역학관계가 당의 진로에 주요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일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민자당으로 옮긴다거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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