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압승으로 끝난 제14대 대통령선거 결과는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정권을 잡게된 민자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모습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현재의 체제를 대폭 정비,개편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김대중씨의 정계은퇴까지 몰고 온 선거참패로 침울해있는 민주당 역시 집안을 다시 정리해야 할 입장이다.
기대했던 돌풍이 미풍에 그쳐 허탈상태에 빠져있는 국민당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각 정당은 이제부터 개편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고 국민의 관심도 여기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향으로 개편을 할 것인가. 어떤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정비할 것인가.
우선 개편작업에 앞서 전제조건들을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향과 원칙,기준을 결정한뒤 거기에 맞춰서 마땅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먼저 골라놓고 보면 나중에 기준도 원칙도 없다는 인사평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 원칙과 기준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과 민의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민자당에게 승리를 안겨준 뜻은 합당의 후유증인 내분을 이제 그만 끝내고 명실공히 한 집안으로서 화합과 화목을 다지라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계속 분열해서 싸움질만 해서야 어떻게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민자당 집안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안정된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민자당이 내부부터 불안하면 여당으로서 책임있게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번 선거의 논공행상을 따지지 않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각 정파의 사람들을 골고루 골라 쓰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산술적으로 안배하다가 한국병을 일으킨 장본인들을 등용하거나 불치의 한국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면 신한국 창조는 어렵다는 점도 인선에서 유의해야 한다.
김대중이기택체제로 운여되어 왔던 통합야당인 민주당은 김씨의 퇴장으로 커다란 변혁기를 맞게 되었다. 이제부터 야당도 차세대 체제로 들어가야 할 단계를 맞이했으며 여기서 체질개선도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난바 있지만 김대중씨라는 고리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던 지역성의 타파도 김씨의 퇴장으로 큰 숙제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패인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는 재야세력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런면에서 볼때 민주당의 체제개편은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각도에서 접근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신당으로서 지난번 국회의원 총선에서 큰 바람을 일으켰던 국민당은 이번 대선의 실패로 창당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무참한 패배의 책임문제는 물론 정주영대표 자신의 거취에서부터 새한국당과의 합당에 이르기까지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현대 직원은 모두 당원이라고 공언까지 했던 현대그룹과의 관계,금권선거의 후유증 처리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국민당의 개편은 우선 이런 문제의 접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박찬종씨가 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운동으로 새바람을 일으켰던 신정당은 앞으로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대상이다. 기존 정당의 구태답습을 단호히 거부하고 깨끗한 새정치의 새싹을 키워보겠다는 박씨의 몸부림을 눈여겨 봐주어야 할 것이다. 한낱 거품정당으로 사라지고 말고 새바람을 확산하는데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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