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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가족/일서 신종사업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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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가족/일서 신종사업 각광

입력
199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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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손자역할 전문요원 파견/쓸쓸한 노부부와 「1일 가족애」/올 첫선후 신청쇄도… 「비정의 호황」 계속될듯【동경=이상호특파원】 「임대가족」. 엔고 불황 때보다 더 심각한 불황이라고 아우성치는 일본에서 최근 번창하고 있는 신종 비즈니스다.

지난 11월 하순 동경의 한 가정에서 아들부부가 오래간만에 손자를 데리고 왔다.

『할아버지,할머니 안녕하세요』 『잘 왔다. 어서 들어오너라』

5살난 손자가 할아버지(70)품에 뛰어가 안겼다. 식탁에는 할머니(66)가 정성껏 마련한 음식이 가득하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등에 올라타는 등 어리광을 부렸다.

일상적인 가족 풍경같지만 아들 부부와 손자는 모두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다. 노부부와도 초면인 이들은 임대가족 회사인 「일본 효과성본부」가 파견한 1일 「인스턴트가족」이다.

아들 부부역할을 맡은 2명은 이 회사에서 3년이상 훈련을 받은 베테랑들로 회사가 발급한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교사 주부 등 8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손자역은 회사 관계자 아들의 특별출연이었다.

노부부의 아들은 실제로 근교인 요코하마에 살고 있지만 거의 부모를 찾아오지 않아 이 회사에 대리아들과 손자를 보내주도록 부탁했던 것.

식사후 아들은 불경기로 회사가 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어머니는 시조대회에 나갔었다는 등 일상의 이야기를 나눈후 아들 부부는 떠났다.

총 5시간이 걸린 이 「가족행사」에 노부부가 지불한 돈은 12만엔. 노부부는 『진짜 손자는 노인냄새가 싫다며 내 이불속으로는 절대 들어오지 않는데 임대가족 손자는 태연히 들어온다』 『얼굴에 뽀뽀도 해주고 어깨 안마도 해주니 진짜 손자보다 더 귀엽다』고 흐뭇해 했다.

노부부는 임대가족을 떠나 보낸뒤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진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러한 임대가족 회사가 올해초 TV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진 이후 일본사회에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임대가족을 파견한 곳은 모두 63가정. 지금도 일본 전국에서 1백7가정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비정의 호황」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신청자들은 대부분 60·70대 노부부로 아들·딸·손자가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풍요한 사회의 「이상현상」임이 분명하다.

신청이유는 『아버지,어머니라는 말을 듣고 싶다』 『부모 마음을 자식들은 모른다』 『다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가 대부분이다. 이외에도 『착한 며느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애기가 보고 싶다』도 많다.

이 회사 사장(36·여)은 『십수년전 양로원에서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아 쓸쓸하게 지내는 노인들을 보고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신종사업을 시작하게된 동기를 밝혔다.

그녀는 또 『잠시라도 노인들에게 자식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해드려 이들이 계속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며 이 사업을 일종의 「마음의 서비스」라고 규정했다.

최근에는 10·20대 젊은층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문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사회적으로 보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현 사회상황이 이런 사업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 일본의 초고령화와 급속한 핵가족화로 빚어진 이 신종사업은 「가족의 의미」 「인간애」 등을 재삼 생각하게 해준다고 일본의 한 신문은 논평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은 갈수록 더 번창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 후생청은 최근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앞으로 계속 증가,오는 2천10년에는 전체인구의 약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8년후인 오는 2천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아키타(추전)현의 경우는 28.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75세 이상의 증가율은 더욱 높아 시마네(도근)현은 15.8%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사회의 이같은 초고속 고령화와 젊은층의 급격한 의식변화는 결국 「임대가족」이라는 신조어와 신종사업의 출현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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