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당사에 허탈감 엄습/민주/일손 놓은채 향후 진로 걱정/국민▷민자당◁
민자당은 19일 정권창출의 기쁨에 환호일색으로 출렁였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하오부터는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선거 마무리에 착수.
민자당은 이와함께 「신한국의 새벽이 열린다김영삼 승리는 국민의 승리」라는 제목의 호외당보 1백만부를 긴급 제작,전국 지구당에 배포해 「김영삼시대」의 도래를 선언.
이날 여의도 당사에는 노태우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보낸 축하 화분과 화환이 각층마다 가득 들어찼고 청와대측에서 정해창 비서실장과 김중권 정무수석 등이 찾아와 노 대통령의 축하의 뜻을 전달.
김 당선자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동작동 국립묘지로 직행,현층탑에 헌화,분향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
김 당선자는 또 여의도 63빌딩에서 김종필대표 정원식 선대위원장 등과 오찬을 함께한데 이어 하오에는 최창윤 비서실장 오인환·이경재특보 및 보좌역 등에게 만찬을 베풀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
김 당선자는 21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회동,당선인사를 하고 이번주중 전두환·최규하 전 대통령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
김 당선자는 당분위기가 정리되는대로 「집권구상」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측근들이 전언.
김 당선자는 하오에 상도동 자택에서 인근 주민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네잔치」를 열어 승리를 자축.
이에 앞서 김 당선자는 새벽에 조깅을 마친뒤 마산에 사는 부친 김홍조옹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동안 너무 애쓰고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정을 전한뒤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민주당◁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한데다 당의 구심점인 김대중후보까지 정계은퇴 의사를 표명하자 허탈감속에서 침통한 분위기 일색.
이날 상오 김 후보가 기자회견을 갖고 『40년간의 파란많았던 정치생활에 사실상 종막을…』이라고 성명서를 읽어내려가자 배석했던 김원기·한화갑·김옥두의원 등은 끝내 낙루.
김 후보는 대선상황실로 쓰였던 당사 5층에서 가진 이날 회견에서 때로 눈시울을 붉히며 침통한 어조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과 「당원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잇따라 낭독.
김 후보는 당원들에 대한 발표문을 통해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제1야당이니 낙담하지 말라』면서 『앞으로 우리당이 모든 분야에서 민주발전과 조국통일에 크게 기여할 결심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신신당부.
김 후보는 특히 당의 장래와 관련,『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잘 운영되길 바란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 대표와 김정길 최고위원,노무현 전 의원 등이 노고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민주계를 각별히 배려.
이에 앞서 김 후보는 마지막으로 선대위 상임위 회의를 주재,당의 장래를 당부했고 이 대표는 『원내에 남아 우리를 이끌어주고 지도해달라』고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으나 무위.
김 후보는 회견이 끝난뒤 동작동 자택으로 돌아가 모여든 측근들을 위로한 다음 휴식을 위해 부인 이희호여사와 함께 서울시내의 한 호텔로 출발.
한편 회견이 끝난뒤에도 당사에 남아있던 의원과 당직자들은 상당수가 눈시울을 붉히는 등 처연한 분위기.
이에 앞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도 김 후보는 김정길 최고위원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서로 눈물섞인 포옹을 했고 이기택대표는 김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극구 만류.
이 대표는 이 회의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김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역량부족으로 실패하게 된 것을 뼈저리게 자성한다』면서 『지역은 높은 벽을 넘지 못해 안타깝다』고 스스로를 자책.
이 대표와 의원들은 김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뒤 삼삼오오 모여앉아 대선결과 등을 놓고 대화를 나누다 당사를 떴고 당사는 이내 썰렁.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정권 바꾸기가 이렇게도 힘든 것이냐』면서 『국민수준도 아직은 기대할만한게 못되는 것 같다』고 허탈해하는 모습들.
마포당사는 선거관련 시설,장비 등이 대부분 철거된데다 중하위 당직자들까지 지친 표정으로 자리를 비워 적막한 느낌까지.
김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후보 비서실 업무가 사실상 정지됐는데 조승형 비서실장은 지난 7월 정식 임명된 비서실 직원들의 임명장을 뒤늦게 나눠주는 등 마지막을 정리.
▷국민당◁
국민당은 전날 철야했던 당직자들과 사무처 요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가운데 참패의 충격으로 초상집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
평소 「새벽당」이라는 별명처럼 상오 6시부터 북적대던 광화문 당사는 패배이후 몰려든 피로와 허탈감속에 일부 자리를 지키는 요원들도 일손을 놓은채 당무 비상사태가 계속.
정주영후보는 이날 상오 7시께 당사에 나와 간단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지방행.
정 후보는 이날 새벽까지 TV 개표실황중계를 지켜보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 때문인지 평소보다 1시간30분가량 늦게 당사에 출근.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대한 정 후보는 먼저 『이번 대선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온갖 고난속에서도 뜨거운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피력.
정 후보는 이어 『승리한 김영삼후보에게 축하드린다』고 짤막한 축하인사를 한뒤 서둘러 기자회견을 종료. 정 후보는 회견을 끝낸뒤 당사 14층 당대표실에서 동생인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과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매제인 김영주 한국프렌지 회장 출근부터 동행한 5남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과 30여분간 대화.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주로 『낙담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는 후분.
정 후보는 이어 상오 8시께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뒤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채 서울을 떠났는데 서산농장으로 직행했을 것으로 추측.
당내 곳곳에서는 『관권탄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역감정의 벽이 그토록 두터울줄 몰랐다』면서 패인을 분석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과 『앞으로 당이 어디로 갈 것인가』라며 당의 행보를 우려하는 장면들이 어우러지면서 참담한 패전의 현실을 새삼 실감.
일부 현대출신 요원들은 『이제 미련없이 돌아가 본래 업무에나 충실해야겠다』며 「친정복귀」 의사로 서로를 격려.
국민당은 이날 하오 선대위 운영위 회의를 열어 패배요인 분석과 함께 임시 전당대회 및 당지도체제 등 패배이후 초토화된 당전열 수습방안을 광범위하게 논의했으나 정 후보가 불참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채 패배의 책임소재와 이종찬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만 거듭했다는 후문.
회의에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다는 입장을 확인했을 뿐 행보와 입지가 다른 수뇌부들간의 미묘한 입장차로 향후 심각한 후유증과 내홍을 예고.
특히 한영수 이자헌 박철언 유수호 최고위원 등이 이종찬 최고위원의 공동대표 추대를 반대하고 있는데다 일부에서는 김대중 민주 후보가 사실상 정계은퇴 의사를 밝히자 당체제 정비방안의 하나로 정 후보의 2선 후퇴까지 거론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적잖은 진통이 예상.<이재열·김광덕기자>이재열·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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