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정인사·균형개발등 과제/「신한국」 구체비전 제시해야무엇보다도 먼저 새로운 대통령에 당선되신 것을 온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선거에서의 귀하의 승리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문민정치시대와 민주화의 정착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이 귀하의 당선을 각별히 축하하는 뜻도 귀하 개인의 40년 가까운 정치인으로서의 「투쟁」에 대한 축하 못지않게 새롭게 출범할 정권이 지니는 헌정사적 이의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국민들은 열띤 선거전으로 인해 심신이 지쳐 있으실 귀하께 앞으로의 국정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한껏 쏟아놓고 있습니다.
필자도 그러한 국민적 여망에 편승하여 조금은 성급할지도 모르는 몇가지 부탁의 말씀을 전해 올리고자 합니다.
승자의 도량으로 화합을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이룩해야 할 정치분야에서의 최중심 과제는 역시 국민화합을 달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공명정대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기 귀하께서는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고른 득표율로 「압승」을 하셨으며 이미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집권당의 총재이시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 정통성시비에 시달리지 않고 귀하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해 나갈 지반을 확보하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귀하께서는 안정을 위한 「법적지반」은 확보하셨지만 국민적 화합에 기초한 「실질적 안정기반」을 확보하는 일은 금후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에서 60%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귀하에 대한 소극적·적극적 반대자들이었다는 사실에서 입증됩니다. 우선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대립과 갈등을 되도록 화합적 차원에서 해소시켜야 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의 결과 나타난 영호남 지역별 투표성향의 현격한 차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지역감정이 치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계층갈등·세대갈등도 문제이지만 지역갈등이야말로 가장 특이하고 부끄러운 「한국병」의 증상입니다. 이제까지는 그 책임이 귀하만의 책임이 아니었을지 모르나 앞으로 이를 치유하는 것은 전적으로 귀하의 책임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 과제를 방치해놓고는 「새로운 한국」의 건설을 위한 여타의 과제가 원만히 추진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말로만 화합을 부르짖어서는 안됩니다.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인사정책에서의 불공정성과 경제개발에서의 지역편차를 과감히 개혁해 나가는 실천적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전에서 김대중시가 내세웠던 「화합속의 개혁」이란 슬로건을 이젠 승자다운 도량으로 귀하의 슬로건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이제까지와는 반대방향에서 역불공정이 심하다고 느껴지리만큼 의도적인 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비전」의 프로그램화를
둘째로,「새로운 한국건설」을 위한 비전을 좀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고,임기의 진행과 더불어 이를 추진해 나갈 「이행전략」을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선거전에 내세웠던 각 후보의 정책공약들은 화려한 반면,지나치게 환상적이었습니다.
이젠 「새로운 한국건설」이란 비전과 이를 위한 정책공약들이 득표만을 위한 혼미스런 감언이설에서 벗어나 국가경영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재정비되어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일하는 국민,특히 젊은세대에게 귀하의 비전에 대한 신뢰심을 심어주고 스스로도 밝은 미래를 예견하며 신바람으로 국가건설에 동참하게 만들 수 있는 길입니다.
국가적 대전략을
셋째로,탈냉전기의 국제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적 대전략(Grand Strategy)을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선거전에 나타난 후보들의 공통된 취약점중의 하나는 득표에 급급하여 눈이 안(국내)으로만 향해 있었던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포스트(탈)냉전기의 국제상황은 그 구조와 기능,행동원리 등 모든 면에서 복잡다양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날로 격심해지는 「경제전쟁」의 와중에서 각국은 블록화와 글로벌리즘마저 자국의 경제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모든 면에서 우·적관계를 일정치 않은 서통팔달의 「무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역흑자의 달성도 통일의 추진도 국제적 변화에 임하는 유연하고 현명한 국가 대전략이 없이는 공염불이 될 것입니다.
귀하의 건승하심과 새 정부와 우리나라에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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