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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대선의미와 새 정부 과제/긴급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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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대선의미와 새 정부 과제/긴급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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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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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화합·행정개혁·자율경제 시급”/「중도보수」 정치 주도세력 굳혀/금권·타락감소 민주주의 새장/능력갖춘 참신한 인물 과감 기용/부의 형평·개방화 대비 서둘러야/국민화합 바탕 일관된 통일정책 추진14대 대선결과는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결과는 「문민시대」의 개막이라는 정치사적 의미를 안고 있다. 한국일보는 김광웅(서울대 행정대학원장) 박영철(고려대) 안병준교수(연세대) 등 전문가를 초치,긴급 좌담회를 갖고 이번 대선결과의 의미와 차기정부의 과제 등에 관해 알아봤다.<편집자주>

▲김광웅교수=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 깨끗한 선거양상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금권·관권개입의 의구심이 있었지만 역대 어느 선거보다 나은 선거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야당이 여당보다 돈을 더 많이 뿌리는 금권선거 양상을 보였으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분석됩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무엇보다 양김구도가 청산됐다는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7년 대선에서 약 28% 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던 김영삼후보가 42%의 지지를 얻은 것은 민자당 지지표에 김 후보 개인적 인기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안병준교수=이번 선거결과를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첫째,역사상 가장 공정한 선거였고 둘째,한국정치사에서 문민정치를 실현한 선거였고 셋째,유권자들이 급진개혁 보다는 안정속의 점진적 개혁을 선택한 정치적 성숙을 보여준 선거였기 때문입니다.

▲박영철교수=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우리나라의 중도 보수세력의 정치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세력으로 자리잡았다는데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도 보수세력은 내외적으로 변화가 있어도 중심을 유지,정치의 진로를 결정하는 세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보수세력은 각 후보들의 대동소이한 공약을 가려듣고 누가 실천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를 골라내는 성숙된 자세를 보였습니다.

○지역세 여전 아쉬워

▲김 교수=양김세력의 대안으로서의 제3·4후보가 너무 약했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특징입니다. 박찬종후보는 정치경험이 많지만 국민적 인물이 될만한 조직이 없었고,정주영후보는 돈과 조직이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참신한 인물이 아니라는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

역시 또하나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전에서는 다소 약했지만 결국 결과에는 지역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남 인물이 호남에 파고들지 못했고 영남의 호남표는 결국 이입인구표였을 뿐입니다. 정 후보가 선전에도 불구,득표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은 바로 지역세 때문이었다고 분석됩니다. 이는 한국사회가 아직도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유교관습에 젖어있기 때문이지요.

▲박 교수=정주영후보는 가장 밝은 경제공약과 과감한 개혁을 제시했으나 유권자들은 이 개혁 정책안이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정 후보로서는 이것이 가장 큰 득표 실패요인으로 생각돼요. 유권자들은 아파트 반값,금리인하,국민소득 3만달러 등 모든 공약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김 교수=국민들은 이제 더이상 자극적인 충격요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 선거가 보여준 교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안 교수=지금까지 한국정치는 민중주의·국민주의로 이끌어져 왔지만 이번 선거로 협동주의·조합주의가 자리잡을 것입니다. 정 후보의 공약이나 김대중후보의 농민부채 탕감 등 공약은 국민주의에 입각한 것이지만 김영삼후보는 노동자·농민·기업·정부가 합의점을 찾는 협동주의를 표방했지요.

결국 독재대 민주의 대결이 아니라 어느 후보가 보다 훌륭한 업적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민자당 압승의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지요. 4년전 3당 합당 당시만 해도 야당표는 김영삼후보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민정계가 대거 탈당함에 따라 여당에 배신감을 느꼈던 야당세가 다시 그에게 동정표를 던졌고,거기다 여당조직이 득표에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안 교수=지역감정,인물 됨됨이,업적성취 능력이 투표의변수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경제·사회·통일 등 주요 정책수행 능력에서 김영삼후보가 높은 평점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 교수=대통령당선자와 차기 정부가 해결할 과제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지도자들은 분명 군인출신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30년동안 군사통치를 겪어오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군사적인 사고와 행동양식에 젖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김영삼 대통령당선자는 신한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떻게 이를 건설하느냐에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분명 급진개혁이 아닌 점진개혁을 원하고 있지요. 그러나 말처럼 정치·사회·경제 모든 분야가 조화를 이루며 신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 교수=선거전 동안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전력투구했습니다. 김영삼후보와 집권 민자당은 이제 「통치연합」을 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자신에 반대했던 사람도 등용해 대화합과 신한국 창설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흔들리는 경제도 살려야 하고 탈냉전의 새 국제질서에 적응해야 합니다. 남북한 관계에서도 화합과 통일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겠구요.

▲박 교수=특히 경제문제가 심각합니다. 대통령당선자도 공약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두가지 방법이 시급히 실행돼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국내 경제의 자율화이고 둘째는 개방화입니다.

국내적으로는 기업활동 규제를 완화,자율화 조치로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국경없는 세계 단일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개방화로 새 국제경제질서에 적응해야 합니다.

문제는 자율화와 개방화로 이익을 보는 계층과 손해를 보는 계층이 생긴다는데 있지요. 형평의 원칙에 따라 부를 분배하고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의 의회주의 정치체계로는 이를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기업,농민,정부가 대립이 아닌 대화로 첨예한 계층·부문간 갈등을 해소하는 한국식 의사결정 과정을 도출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치적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입니다.

분기당 3% 내외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태에 단기적으로 경제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최소한 장기적 비전은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단기적 계획과 장기적 비전이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하지요.

○경제 장기 비전제시

지금까지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시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를 정착시켜 점진적인 개혁을 주도할 정치세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선거를 통해 새 정부는 정통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새로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정치전통,즉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등에 스며있는 군사통치의 잔재들을 떨쳐내야 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당을 와해시켜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자생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게 더 바람직합니다. 의회정치에서도 무턱대고 다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정책연합을 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김영삼후보는 관훈토론에서 행정쇄신위원회의 신설을 공약한바 있지요. 행정조직의 개편은 필요하나 과거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됩니다. 미래는 정보사회입니다. 정보사회 수요에 맞는 사람을 충원해야 합니다. 김영삼후보는 구인물들과 선거를 치렀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과거의 인물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의리를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인정하지만,그래도 그는 반드시 구시대 인물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등용해야 합니다.

▲안 교수=차제에 일하고 책임지는 정치행정 풍토를 정착해야 합니다. 새 정권의 관건은 인사에 달려있어요. 의리나 출신지역이 아닌 능력있고 경험있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합니다.

행정의 비능률을 해결하려면 집권 1백일이내에 이 작업을 끝내야 합니다. 정권초기에 행정개혁을 하지 못하면 영영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김 교수=개혁은 전환기에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일순간에 모든 것을 뒤흔드는 형식으로 행정개혁을 해서는 곤란하겠지요. 일본처럼 상설기구를 설치,꾸준하게 행정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영삼후보는 관훈토론에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황해도 출신이지만 장관의 32%를 서울출신으로 등용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은 대다수의 장관을 자기 지역출신으로 충당했지요. 이번 기회에 이 구도를 깨야만 합니다. 인사에서 지역안배의 틀을 깨고 능력있고 전임자면 등용하는 과감한 인사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안 교수=우선 해바라기성 인물과 정실에 치우친 인사를 지양해야 합니다. 의리를 중시하는 김영삼씨이지만 인사에서 만큼은 측근이나 선거에 공을 세운 인물보다는 적임자를 찾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박 교수=인사도 중요하지만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재조정돼야 해요. 지금까지 행해진 정부의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통제는 대폭 완화돼야 합니다. 그대신 공정한 경제질서를 위한 새로운 관행확립이 필요하니다. 간여와 통제에서 공정질서 확립으로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만 합니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원칙이 본래 형평의 원칙을 무시한다는 것인데,형평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정부개입은 불가피하겠지요. 이번 선거에서도 대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개입했고,이것이 큰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이에 따른 선거후유증이 걱정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새 정부는 이를 빌미로 대기업에 대한 공격과 보복성 개편을 시도해서는 안됩니다. 대기업을 포함한 전 국민의 단결이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지요.

대기업문제는 소유권이 집중된데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소유권의 과도한 집중을 막아야 하지만 대기업만이 가지는 장점도 살려야 합니다. 앞으로 세계시장이 단일시장으로 변하면 국내 기업도 전문화가 불가피합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상품을 만들 존재는 대기업 뿐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산업지원제도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사람을 길러내야 합니다. 그리고 유망산업을 집중 지원하고 기술개발,인력개발,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도덕성 솔선수범을

▲김 교수=보충설명하자면 새 정부는 정치적으로 화합을,행정적으로는 개혁을,경제적으로는 자율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군요. 김영삼후보는 깨끗한 정부,강력한 지도력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자가 된 만큼 먼저 스스로 도덕적인 모범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안 교수=국내 경제는 국제경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단 경제적인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도 보조를 맞춰야 하지요.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의 북방 경제정책입니다. 우리 경제의 장래를 위해서는 북방경제 보다 미국,일본,EC 등 선진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북방경제 재고해야

▲박 교수=동감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려면 미국,일본,EC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 경쟁을 이겨내면 다른 지역은 저절로 해결됩니다. 중국,러시아,동남아 등지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북방경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떨쳐버려야 합니다. 대신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합리적으로 빠른 시간내에 해결해야 하고 일본과는 새로운 무역관계를 세우려 노력해야 합니다.

▲안 교수=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이 문제는 국가적인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이끌려 오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러한 일관된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가장 먼저 한반도에 평화를 뿌리내리는 일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고 자연스럽게 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남북교류가 이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우리 국민들은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새 정부는 헌법을 비롯해 각종 법률을 다듬는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통일헌법 마련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정치자금법 등도 손질을 해야 합니다.

▲안 교수=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임기를 맞출 필요가 있지요. 임기가 달라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전국구 국회의원제도는 없애든지 아니면 보다 합리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 교수=선거운동 기간중에 약속한 경제공약은 잘 정리해서 합리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먼저 비전있는 경제정책 구도를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이러한 구도안에서 현실적인 경제문제 즉 경기침체,무역마찰,노사분규 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사실 6공화국은 단기적인 경제문제에 끌려 다닌 감이 없지 않아요.

▲안 교수=새 정부는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해야 합니다. 가시적인 결가를 만들어 낸다면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알맹이입니다.

▲박 교수=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남은 두달여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물러나는 쪽과 들어가는 쪽 사이에 인수인계 작업이 매끄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 교수=새 정부를 이끌고 나가게 될 김영삼 대통령당선자는 민주당의 김대중후보와 많은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지요. 또 국민들은 전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가지기를 아울러 바라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제 김영삼 대통령당선자가 투쟁의 모습을 벗어나 국민을 안고 이끌어가는 새로운 지도자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정리=원일희·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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