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14대 대통령이 탄생하던 날. 전국은 시시각각 전해지는 개표 드라마를 뜬눈 밤샘으로 지켜봤다. 밤낮없이 유세현장을 누빈 피로도 잊은채 「대천명」의 심경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본 후보들은 물론 지지자들도 내내 긴장과 기대가 엇갈리는 분위기속에 환성·탄식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삶과 인생역정을 결산하는 대승부를 걸었던 민자 민주 국민 등 3당 후보들은 19일 새벽 당락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면서 각각 환희와 회한의 만감이 교차되는 표정이었다.
첫 개표부터 밤 12시 전후까지 계속된 표흐름의 특징은 부산·경남에서 70∼80%,대구·경북에서 60∼70% 표가 김영삼후보에게 몰리고 광주·전남에서 90% 이상,전남에서 80% 이상이 김대중후보에게 몰리는 뚜렷한 지역주의. 이같은 지역적 몰표현상은 13대 대선 때보다 거의 개선되지 못해 우리 정치구조의 기본적 한계와 과제를 재확인시켜주었다.
특히 부동표의 집결지로 알려졌던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중부권에서 김영삼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지키거나 2위와 박빙의 승부를 지켜나가자 대세가 김 후보쪽으로 기우는 추세가 뚜렷.
특히 초반부터 김영삼 민자 후보가 호남을 제외한 전국 각 지역에서 고른 득표를 올리며 평균 40% 이상의 득표율을 유지했으며 김대중 민주당 후보도 34∼35% 수준을 유지해 일단은 시소국면. 반면 정주영 국민당 후보는 강원과 울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략지역에서 예상보다 훨씬 떨어지는 득표를 기록해 국민당 열기가 상당부분 「거품」이었다는 관측과 함께 일찌감치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대전등 치열한 접전
○…개표가 1.5% 가량 진행된 이날밤 10시께 후보별 득표는 김영삼 민자 후보 39%선,김대중 민주 후보 35%선,정주영 국민 후보는 16%선을 유지해 기호순의 결과.
개표 속도가 늦은 편이었던 서울지역에선 김대중후보가 김영삼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앞서갔으며 정 후보는 양김 후보의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
그러나 수도권을 포함한 경기지역에서는 김영삼후보가 35%선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김대중후보 31%선,정 후보 23%선을 확보.
세후보가 비교적 치열한 접전을 벌인 지역은 대전 충남지방. 두지역 모두 김영삼후보가 1위를 차지했으나 민자 민주 국민 후보가 각각 33%,27%,23%선을 유지해 세후보가 고른 득표.
이에 비해 충북은 김영삼후보가 39%선으로 2위인 김대중후보(25%선)를 큰폭으로 앞질렀으며 정 후보는 22%선으로 2위를 바짝 추격.
정주영후보의 선전이 예상됐던 대구·경북지방에서도 김영삼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를 기록. 대구에서 김영삼후보는 53%선을 얻어 2위인 정 후보(18%선)를 멀찌감치 따돌렸으며 박찬종후보가 13%선으로 의외의 선전. 김대중후보는 8%선을 유지하며 고전.
경북에서는 김영삼후보가 대구보다 더 큰폭으로 2위인 정 후보를 따돌려 눈길. 김영삼후보가 65%선인데 반해 정 후보는 15%,김대중후보는 9%선에 불과.
양김 후보의 아성인 부산·경남과 광주·전남북은 예상대로 해당후보에 집중적인 몰표. 부산에서 김영삼후보는 74%선을 유지했으며 김대중후보는 11%선으로 크게 열세. 정 후보는 6%선에 그치는 부진을 기록.
경남에서도 김영삼후보가 67%로 압도적 득표, 정 후보는 울산 등지의 영향으로 14%선을 유지해 2위. 김대중후보는 11%선.
반면 광주에선 김대중후보가 94%선으로 엄청난 몰표. 김영삼 정주영후보는 각각 2% 1%선에 불과하는 미미한 상태.
김대중후보는 전남북에서도 각각 91%선,87%선을 유지해 13대 때와 비슷한 수준.
반면 정 후보의 연고지인 강원에선 김영삼후보와 정 후보가 각축전을 벌였는데 개표 초반 오히려 김 후보가 우세. 김 후보는 39%선,정 후보는 34%선을 유지해 여당세가 강한 지역임을 입증.
한편 인천에서는 경기지역의 표분포와는 달리 김대중후보가 35%선으로 1위를 차지했고 김영삼후보가 33%선으로 그뒤를 바짝 추격. 정 후보는 20%선을 유지.
○꾸준히 6%차 유지
○…개표 초반 7∼8% 우세로 일찌감치 앞서 달리던 김영삼후보는 개표가 6% 정도 진행된 무렵부터는 2위인 김대중후보와 4∼5%로 표차가 좁혀졌으나 15% 개표를 전후해 다시 꾸준히 6%로 벌리며 선두를 꾸준히 유지.
정주영후보는 계속 15∼16%대의 득표율을 보여 34%를 보인 김 민주 후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태를 지속.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YS와 DJ의 팽팽한 접전이 계속된 반면 영남지방과 강원 충북에서는 김 민자 후보의 압도적인 득표.
마찬가지로 호남지방에서도 김 민주 후보가 90%에 가까운 압도적 선두를 나타내 「DJ집중도」를 여실히 표출.
한편 부산 경남지역과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당초의 예상을 웃도는 「YS집중도」가 나타나 「부산 기관장 모임」 파문이 이 지역에선 역으로 결속력을 자극했다는 관측을 뒷받침.
반면 영남지방서의 DJ지지도는 예상보다 2% 포인트가 낮은 9%대에 머물렀고 CY지지도도 예상보다 5% 포인트 이상 낮은 18%대를 기록하는 수준에서 주춤.
이와관련,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투표일 저녁의 여론조사결과 『부산사건이 득표율 변화에 거의 영향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려됐던 중부권의 20∼30대의 향배도 막판에 상당부분 김영삼후보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
이 관계자는 『반면 충북권에서는 김대중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한 것 같다』며 『역시 농정에 대한 중부권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분석.
민주당의 경우 서울에서 예상만큼 압도적 우세를 굳히지 못했던 것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예상치와 거의 동일한 목표를 기록했으나 국민당이 영남권 등에서 예상외 부진을 보여 결과적으로 김영삼후보의 득표를 높였다고 분석.
한편 지난 3·24 총선 당시 나타났던 여도야촌 현상이 재현돼 농촌지역에선 두김 후보가 호각지세를 이룬 반면 도시지역에서 김 민자 후보가 40%대 33%로 뚜렷한 우세를 유지.
이같은 현상은 농어촌지역 유권자들의 농정실패에 대한 불만이 여이탈로 나타난 반면 도시지역 중산층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한 결과로 분석됐다.
○…이날 각 후보의 득표 추세는 3% 가량 개표시의 상황이 대체로 변화없이 그대로 이어져 긴장감이나 반전의 묘미는 거의 없었던 편.
인천의 경우 초반에 김대중후보가 우세를 지키다 7% 개표 시점부터 김영삼후보가 36.3% 득표로 31%의 김대중후보를 추월하고 1위로 부상.
나머지 지역에선 1,2,3위의 순서가 거의 바뀌지 않은채 지속돼 지난 87년 대선 때와 유사한 상황.
「신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서는 김 민자 후보가 이 지역의 중상층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예상외로 우세를 나타낸 반면 전통적 「정치1번지」인 종로에선 김 민주 후보가 우세를 보여 대조적.
○…신정당 박찬종후보는 개표초반 부산과 대구에서 3등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여 선거직전 의외로 10%대에 올라선 여론조사결과가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으나 다른지역에서 부진,6.5%대의 득표율을 보이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1백50만표 정도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돼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을듯.<황영식·정광철기자>황영식·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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