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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선택」앞에 겸허하자/대선후유증 최소화에 힘 모을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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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선택」앞에 겸허하자/대선후유증 최소화에 힘 모을때(사설)

입력
199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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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시대로 가는 큰 문이 열렸다. 온국민이 한표의 결단으로 귀중한 「선택」을 함으로써 내년부터 5년간 나라를 이끌어갈 새로운 최고통치권자,제14대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결정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고 이의를 제기해서라도 안되는 엄숙한 명령이다. 따라서 모든 후보들,특히 낙선자들은 이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투표결과에 조건없이 승복해야 할 것이다.이번 14대 대통령선거는 치열했던 후보들간의 경쟁으로부터,온국민이 참여한 투·개표 과정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소중한 민주적 체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요 국민 주권­민권의 확인인 셈이다. 44년간에 걸친 우리의 헌정사상,특히 여덟차례의 대통령 직선중 이 정도로 큰 말썽없이 선거를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말해주는 것이이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가장 값진 의의는 중립정부 관리하에 고질적인 관의 개입이 거의 줄고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표출되지 않은채 원만한 분위기속에서 선거가 치러졌다는 것이다. 또한 30여년만에 군부의 개입이나 간여를 완전히 벗어나 명실상부한 민간 대통령을 뽑았다는 점일 것이다. 더욱이 구미 등 선진 민주국가의 관례적인 낮은 투표율에 비해 추운 날씨에도 80%가 넘는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제대로 민주정부를 세워 나라의 장래를 내 손으로 결정하겠다는 국민의 열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선거중에도 불법 부정과 사고·잡음·타락 등 갖가지 말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금품과 선물을 돌리며 대규모 사조직을 가동하는 등 탈법·불법운동을 공공연히 벌인 것,번듯한 국가적 이슈는 부각시키지 못한채 상호비방·인신공격·흑색선전을 난무하게 한 것,무엇보다도 시대착오적인 부산 기관장 회식사건의 돌출로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모두가 반성하고 뿌리 뽑아야 할 구태·악습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모든게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운동과정이나 결과도 중요하지만 뒷처리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성공적인 대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가장 시급한 일은 당선자가 낙선자들을 따뜻이 위로하고 두팔을 벌려 그동안 정견과 입장을 달리해왔던 모든 세력과 화해하고 포용하는 일이다. 또한 낙선자들은 선거결과를 인정,깨끗이 승복한고 국민 대화해에 동참하여 앞으로 새 정치가 전개되는데 짐을 나누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그렇게해서 선거운동중에 있었던 인신공격과 비방 등에 의한 감정적 갈등의 앙금을 씻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가 숱하게 체험한대로 선거가 끝난후 으레 꼬리를 물어 결국 정국 불안과 국가적 혼란을 불러왔던 이른바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시키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시급한 것은 국민 모두가 선거로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선거로 흔들렸던 각 분야를 안정,정상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성숙된 민주시민의 책무이자 자세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과 바람은 한마디로 변화와 개혁이다. 따라서 당선자와 소속정당은 이같은 바람을 깊이 인식,선거때 내걸었던 각종 공약을 정리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어김없이 하나하나 실천해야 한다. 또한 다른 후보들의 공약중 타당하고 실현 가능한 것들은 과감히 수용해서 국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공정하고 원만한 선거,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승자와 패자 모두의 대화합,그리고 이를 통한 후유증의 극소화는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말해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을 모두가 깊이 새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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