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이번에도 우리의 선거판은 「민주주의의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다.일반 국민들에게 28일의 선거운동 기간은 지루하고 짜증나는 긴 시간이었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뚜렷하게 나아진 선거문화에 고무돼 서로를 대견해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했었다.
각 후보들은 처음으로 정책 대결에 승부를 걸려는 자세를 보였고 주택가 골목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던 통반장들의 모습이나 봉투도 눈에 띄지 않았었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슬아슬했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답답한 위장복을 벗어 던진 각 후보와 정당은 결국 10일 남짓한 기간에 몸에 익숙한 우리 선거문화의 구습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였다.
금권·관권선거에다 근거조차 희박한 무차별적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했고 이번만은 제발 드러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던 지역감정 조장도 막바지에 어김없이 득표 무기화 돼 나타났다.
투표 3일을 남겨놓고 폭로된 부산지역 기관장 모임의 대화 내용은 국민적 자존심에 오물을 뒤집어 씌웠다.
선거운동 양상의 변화에 따라 유권자들이 후보를 고르는 방법도 바뀌었다.
뽑아야 할 후보를 고르는 즐거움이 뽑지 말아야 할 후보를 집어내야 하는 고민으로 바뀌었다.
다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주권 의식이 종전의 선거때보다 투철해진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적 냉소주의와 혐오를 강요하는 상황이라하더라도 투표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성실한 선택은 이번 선거양상으로 미루어 크게 기대할 것이 없어보이는 차기 정부보다는 좀더 나은 그 다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별로 없을수록 믿을 것은 우리들 국민 자신의 적극적인 참여뿐이다.
유권자 여러분,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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