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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임」 누가 어떻게 녹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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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임」 누가 어떻게 녹취했나

입력
199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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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김 실장」 5일이후 매일 복국집식사/“출장왔다” 거절불구 지하방 요구/전문가동원 원격 도청방법 쓴듯「부산지역 기관장대책모임」에서 오고간 대화내용이 거의 완벽하게 폭로되자 누구에 의해 어떻게 대화내용이 녹취됐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과 안기부지부장·기무부대장·지방경찰청장 등 지역행정·정보기관 책임자를 포함,8명의 주요 기관장들이 전직 장관과의 식사자리에서 2시간여동안 나눈 선거관련대화 내용이 이처럼 완벽하게 녹취됐다는 것은 국내에서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것이어서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국민당측은 익명의 제보자가 녹음테이프와 사진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정보입수,치밀한 도청장치 설치 등으로 미뤄볼때 치밀한 계획과 전문가의 참여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모임은 지난 10일 김영환 전 시장이 김기춘 전 법무장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비서진을 통해 기관장들에게 11일 상오 7시 남구 대연동 초원복국집에서 아침식사를 갖자고 알려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날 모임을 알고 있는 기관장 주변에서 시간과 장소 등 정보를 흘렸거나 식당 주변인문들을 통해 정보를 입수,사전 치밀한 준비하에 도청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초원복국집은 평소에도 부산지역 기관장들의 모임이 자주 있었고,부근 민자당 부산시지부 관계자들의 출입도 잦았던 곳인데다 통상 아침식사때는 종업원들 없이 집주인 박모씨(35) 가족들이 직저 식사를 준비하기 때문에 후자보다는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식당 종업원에 의하면 지난 5일 대일무역 「김 실장」이라는 서울말씨의 40대 남자와 30대 남자 등 2명이 『부산에 출장왔다』며 매일 식사를 하고 갔고,지난 10일에는 회식이 있다며 평소 일반 손님에게 제공하지 않는 지하실방을 요구,낮 12시부터 4시간여동안 6명이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어 다음날인 11일 아침 기관장들이 지하실방에서 대책모임을 가졌고,「김 실장」 등 2명은 지난 13일 다시들러 식당측의 거절에도 불구,지하실방에서 식사를 하고 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이 도청장치를 설치한 「전문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각 기관장들의 음성을 확실하게 가려냈다는 점에서는 참석자들을 잘 아는 사람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청방법에 대해서는 고성능 무선마이크를 이용,원거리에서 도청했거나 녹음기를 실내에 장치했을 가능성 등 두가지 방법이 추측되고 있으나 실내녹음의 경우 참석 기관장이나 식당 관계자의 직접적인 도움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원격도청방법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초원복국집은 영도구 대교동에서 같은 상호의 음식점으로 유명해진 주인 박씨가 지난해 12월16일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이 건물에 분점을 개업,그동안 부산지역 기관장대책회의 등 장소로 가끔 사용됐고,70여m 떨어진 민자당 부산시지부 직원들도 자주 출입하던 곳이다.<부산=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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