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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텐코 이타르타스통신 사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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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텐코 이타르타스통신 사장(특별기고)

입력
199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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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맞은 러시아의 동방정책/옐친방중 양국 우호 “디딤돌”보리스 옐친은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수천마일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아직 방문해야할 나라로 남아있다.

사실 지난 한해 두 나라간 국경무역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두 나라는 전체 국경선 설정에 관해 실질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모스크바당국의 대워싱턴 화해욕구와 「신러시아는 서방의 민주이념을 공유한다」는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은 양국간 불화뿐 아니라 사회주의 중국을 비우호적인 열강들 사이에 고립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러시아에 있어 국경의 안전보장 측면에서는 물론 중국이 참여하는 극동 러시아 지역에서의 경제 재건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띤다.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경제발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주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배신을 내심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서방 이웃들과 타협하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몇달전만 해도 중국 언론은 모스크바당국의 공산주의 박해를 유감스러워 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지도자들이 이웃나라를 대하는 대도는 아주 긍정적이다. 예컨대 전기침 중국외교부장이 구 소련을 순방하고 난뒤 모스크바에서 보리스 옐친을 만났을때 옐친은 『중국과 러시아간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와 북경당국은 명백히 두 강대국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조치들을 원하고 있다. 양국은 무엇보다도 경제적 지리적 상호보완성과 함께 두 나라 모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방을 확대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양국간 우호와 협력 증진에 새로운 계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북경 당국은 『중국은 외교정책 분야에서 러시아가 선호하는 파트너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한 보리스 옐친의 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러시아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국내상황이 안정돼 있다. 올 경제성장률도 10%를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외교관계는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개혁을 위한 조용한 환경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경주하라는 등소평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영국 미국 프랑스 세 강대국과 동시에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과의 마찰은 홍콩문제 때문이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이 싸움에서 영국을 지지했다. 빌 클린턴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인권과 무역을 연계함으로써 중국에 압력을 가할 의도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그밖에도 F16 전투기를 대만에 판매할 계획임을 이미 밝혔다.

프랑스와는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 60대의 대만판매를 둘러싸고 마찰이 일고 있다. 중국은 이 행위가 대만과 본토의 평화적 재통일을 해치고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북경당국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는 공식 항의와 경고의 수준을 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러시아카드를 대서방관계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옐친의 중국방문은 아주 시의적절하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큰 관심사다. 군사협력 관련 교섭이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 중국에 대한 무기공급이 약 30년만에 이미 재개됐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든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접촉 과정에서 서방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 현대적 기술과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다.

모스크바는 군사영역에서의 중러 접촉을 워싱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두 나라가 영원한 맹방임을 되풀이 해 강조한 50년대식 결속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동방정책은 전기를 맞고 있다. 옐친의 중국방문 기간중 체결될 공동선언은 양국이 서로를 우호국가로 간주한다는 것 뿐 아니라 양국이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공헌한다는 내용도 담게 될 것이다.

내년 1월 인도도 방문할 예정인 옐친은 이 일련의 방문을 통해 아시아의 안정을 보장하는 체제수립에 러시아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 바라고 있다. 옐친은 또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비틀거리는 자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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