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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표의 선택기준/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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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표의 선택기준/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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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찍지요』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둔 지금까지도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떠다니는 표가 많다. 이번 선거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김영삼 민자,김대중 민주,정주영 국민 등 선두 3당 후보간의 격차가 좁혀지고 혼전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인듯 하다. 따라서 어느 선거에 못지 않게 부동표의 향배가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선진국의 선거에서도 대체로 부동표를 흡수하는데 성공하는 측이 마지막 미소를 짓는다. 우리나라의 부동표는 글자 그대로 어느 후보와도 지연,학연,직장,혈연,이념,정서,이해관계 등에서 연계되지 않는 표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표들은 「중립적」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부동표가 계층별로는 저소득,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고령,학력별로는 저학력,성별로는 여성,직업별로는 가정주부,지역별로는 경기,강원,충남,대전 등 중부권에 많이 나타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동표 가운데는 「2김 1정」의 현 선두그룹 후보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하지 못해 선택을 유보하고 있는 고학력의 중산층 전문 직업인들도 상당히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여론형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어떻든 부동층들도 이제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민자,민주,국민 등 3당은 부동표 흡수를 위해 금품살포 등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고 보면 부동층일수록 매표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흔히들 돈을 받거나 향응을 대접받더라도 올바른 선택만 하면 된다고 하지마는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돈을 뿌리면 역시 표가 나온다』는 것이 국회의원 등 민선직 당선자들의 경험담이다. 부동표층 가운데 정말로 합리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유권자들은 소수라고 생각된다. 대다수는 정치적 현실에 대한 불만자 아니면 냉소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차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기권은 될 수 있는대로 자제해야 한다. 한국정치가 아직은 선진 민주주의처럼 성숙돼 있지 않아 정책대결 보다는 지연,혈연,학연 등의 연고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부동층이야말로 객관적인 입장에 있어 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과연 누가 대통령감이 될 수 있는가를 저울질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3일 실시된 부시,클린턴,페로 등 3파전의 미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랬듯이 미 대통령선거에서 표준적인 척도가 되는 것은 대략 ▲지도력 ▲비전 ▲품격(정직성,신뢰성,순결성 등) ▲경륜 ▲건강 ▲공약 ▲이익집단과의 이해관계 등이라 하겠다. 모두가 다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된다. 어느 것 하나에 결함이 있어도 선거쟁점이 되고 예선 단계에서도 중도 탈락하게 된다.

부시 미 대통령이 소련 공산제국의 몰락과 냉전체제의 종식,걸프전 승리 등 화려한 외교정책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은 지도력과 비전이 없는 무기력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던 것은 경기회복의 지지부진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무르익었던 지난 3·4분기의 미 GNP(총국민생산액) 성장률은 3.9%로 사실 경기가 힘차게 회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상무부의 이 분기별 GNP 통계가 투표일전에만 발표되었더라면 부시 대통령이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가 평소 강한 지도력과 비전을 제시해 주었더라면 유권자들은 인내해줬을지 모르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후보들을 평가하는데도 기준이 크게 다를 수 없다. 후보들 특히 「2김 1정」의 3당 후보를 이 기준에 맞추어 뜯어본다면 차선의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아마 그것이 현 여건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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