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규모…대부분 재계가 “젖줄”/「대형그룹은 백억이상」이 통설/헌금위해 부동산 처분설까지/대권향방 극도로 불투명/“액수결정 어렵다”푸념도대선레이스가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번선거에서 재계가 정치헌금을 얼마나 했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벌총수들은 바늘방석에 앉혔던 정주영후보의 정치자금 폭로설은 불발에 그쳤지만 재벌과 정치헌금의 함수관계에 대한 세인의 관심은 여전하다.
특히 사상초유의 중립내각하에서 정경련이 지난 수십년 관행을 깨고 이번에는 정치자금을 모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금권선거 시비가 핫이슈로 대두,재계가 대권후보들에게 진짜 돈줄을 끊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계가 모아서 준 것은 아직까지 없지만 개별그룹별로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자금거래가 무성해 전체 규모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후보에 따라 이번 선거전에 수천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추산되는데 돈이 나올데는 결국 기업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레이스 막바지인 14일 현재까지 재계는 공동모금은 않고 있다. 유장순 전경련 회장의 지난달 공개선언이 그대로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지방의회 선거와 지난 총선때만 하더라도 경제 4단체를 창구로 각각 50억원씩을 모금해 중앙선관위에 비지정기탁,각당이 이를 의석비율로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는 외부에 드러난 규모이고 실제로는 모금건수도,액수도 이보다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관계자는 『대개 여당에서 전경련으로 요청이 들어와 여권인사와 주요그룹 총수들간의 저녁모임이 이뤄져 헌금문제가 논의되는데 모금행위가 외부에 노출될 경우에 하는 수 없이 선관위에 비지정기탁을 하는 것이고 노출이 안되면 선관위를 거치지 않고 전액이 여당몫이 되는 것이 상례였다』고 귀띔했다.
재계가 이번에 모금을 않기로 한 것은 반 재벌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어쨌건 재계가 선거라는 정치대사를 맞아 공동헌금을 안하기는 사상 초유의 일로 재계사에 남을 획기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개별 그룹들의 사정은 전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어려워졌다는게 재계의 하소연이다.
재계는 공동창구가 없어지면서 정치권의 개별적인 요청건수가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많아지고 헌금액수를 정하는데도 각당과 다른 그룹들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각 그룹들은 과거 재계공동 헌금에 참여하는 한편 이 규모를 척도로 각당에 별도의 돈을 쥐어주었던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지난 총선당시 30대 그룹이 공개적인 공동모금을 했을때 삼성·현대·럭키금성이 각각 7억5천만원,대우·선경이 6억원씩,쌍룡 1억5천만원,한진·효성·롯데 등이 1억원씩,나머지 그룹들이 5천만원씩을 냈는데 각 그룹들은 이를 기준으로 지지당이나 특정후보에게 별도의 자금을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그룹들의 개별적인 정치헌금 액수는 정확한 실체가 베일에 싸여있으나 여러 경로를 통해 간간이 흘러나오는 소문 등을 종합해 보면 선거가 없는 해에 30대그룹이 그룹규모에 따라 연간 5억원에서 최고 30억원가량을 내는 것으로 관속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체들도 정치헌금을 공급하는데 중저가 의류브랜드로 국내에서 알아주는 B사는 은행온라인을 통해 모당대표 측근에게 매달 5백만원씩을 꼬박꼬박 입금해온 사살이 확인됐다.
선거가 있는 해는 헌금액수가 이보다 몇곱절 많아 대그룹의 경우 1백억원 이상을 바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도 이와관련,L그룹이 2백억원을 썼느니 H그룹이 선거헌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처분했다느니 하는 풍문이 재계에 파다하다.
특기할 만한 점은 재벌그룹 총수·사장들이 대거 특정정당의 공식 재정후원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의 경우 당재정위원 74명중 35명이 50대그룹의 총수 또는 대리인이다. 10대그룹은 빠짐없이 등록돼 있고 총수가 직접 재정지원을 맡고 있는 그룹도 기아·삼미·금호·동부·동양 등 다수이다.
그렇다고 이들 그룹이 민자당에만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공동대표의 매부인 태광그룹 총수도 민자당 재정지원에 등록돼 있다는 사실은 재벌그룹들이 1개정당이나 후보에게 만이 아니라 여러정당과 후보들에게 고루 「정치보험」을 들고 있고 이번대선에도 마찬가지임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이번에는 특히 대권향배가 극도로 불투명,3당후보들에 대한 헌금에 큰차별을 두기가 곤란해 개별그룹들의 헌금부담 규모가 자연히 많아지고 돈을 주면서도 불안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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