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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면한 「개혁호」 풍랑은 여전/보혁대결서 무승부…옐친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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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면한 「개혁호」 풍랑은 여전/보혁대결서 무승부…옐친 진로

입력
1992.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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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전 가시성과 있어야/다양한 의회세력 포용도 숙제/논리적 대응보다 감정앞세워 지도력 허점 노출【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첨예한 보혁대결로 치닫던 러시아의 제7차 인민대표 대회는 결국 보수파와 개혁파의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 1일부터 열린 이번대회에서 보수파는 옐친의 개혁정책을 저지키위해 예고르 가이다르 총리대행에 대한 인준을 부결하는 등 대공세를 펼친 결과 14일 옐친이 가이다르 대신 체르노미르딘을 신임총리로 임명케하는 수확을 거뒀다.

대신 옐친은 의회해산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폭탄선언으로 이번 인민대표 대회에서 통과시킨 헌법개정안을 유보시키는데 성공했다.

옐친은 가이다르를 포기함으로써 의회와의 정면대결을 피하고 의회는 중도개혁파인 체르노미르딘의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옐친에게 최소한의 입지를 마련해준 셈이다.

옐친은 마지막 승부수로서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썼다. 이에대해 보수파는 국민에게 이를 반대하라는 「명분」을 제공하지 못했다.

비록 옐친의 개혁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인기도가 떨어졌다고는 하나 구 소련당시 대부분 골수 공산당원이었던 보수파가 국민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결국 옐친은 니콜라이 조르킨 헌법재판소장의 중재로 국민투표를 내년 4월로 연기시키면서 의회내 중도세력인 시민동맹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동안 원성을 사왔던 겐나디 부르불리스를 해임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부르불리스는 러시아의 제2인자로 불리면서 막후에서 정치적 영향을 행사,보수파는 물론 중도세력으로부터도 비판의 표적이 돼왔다.

옐친은 그를 「희생양」으로 삼아 중도세력을 설득,사실상의 승리인 타협안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옐친으로서는 이번에 의회와의 대결에서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년 4월까지 현재의 개혁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못할 경우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 분명하다.

또 보수파의 공세에 뚜렷한 논리적 대응을 하지못하고 감정적인 반격을해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노출시켰다. 그이 지지세력도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등 다수의 친위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약점을 보였다. 옐친이 현재 가지고 있는 약점은 애초부터 그의 잘못된 지도력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루츠코이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점,가이다르 총리대행 이외에는 총리후보감을 확보하지 못한 점,지난해 쿠데타 실패후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 신헌법을 제정하지 못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옐친은 또 일부 보좌관에만 너무 의존,정치적 판단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회기에서는 행정부(옐친)와 의회(하스블라토프)간에 타협안을 끌어낸 헌법재판소의 중재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지난 10여일간의 회기에 드러난 정치적 행태는 『아직 러시아가 민주국가가 되기에는 갈길이 멀다』는 결론을 낳게했다.

옐친은 그가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의회내에 약 18개의 정파가 있으며 이는 러시아인들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의회내 3분의 1 세력인 보수파는 명백히 시장경제 체제를 반대하고 있다.

또 시장경제 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세력도 상당수 있다는 사실은 꼭 옐친의 극단적 개혁정책이 최선의 방책이 아닐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옐친으로서는 이처럼 다양한 세력을 포용해 의회가 진정한 국민을 위한 대의기구가 되도록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난 13일 모스크바 고르키공원에서 1만여명의 지지자가 옐친의 승리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번 인민대표 대회에서 벌어졌던 보혁의 대결을 침묵하면서 바라보았던 다수의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옐친과 러시아정부는 명백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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