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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백기완후보/백원담씨(가족이 본 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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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백기완후보/백원담씨(가족이 본 대선주자)

입력
1992.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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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에 대한 믿음과 사랑 흘러넘쳐TV유세에 필요한 7천7백만원이 없어 40년 교직생활에 겨우 장만한 집을 잡혀 사채 5천만원을 얻기로 결정한 날,그나마 잡힐 집 한칸이라도 있는게 다행이라며 선뜩 응하셨던 어머님은 저녁내내 이방 저방 문을 소리없이 여닫으셨다.

말이 5천만원이지 선이자·수수료를 합해 1천만원이나 떼이는데다,한달이자가 유일한 수입원인 어머님의 한달 봉급보다 많으니 선거후 들이 닥칠 한파에 눈앞이 캄캄하셨으리라. 그러나 아버님의 삶에 남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경심을 가지고 동참해왔다는 어머님,스스로 아버님의 가장 믿음직한 동지임을 자부하시는 당신의 꿋꿋한 모습은 결정적 고비마다 아버님을 일으키는 힘 바로 그것이었다.

그분은 일생을 한마당 굿처럼 재미있게 살아오셨다. 언젠가 두분이 지방 강연에 처음으로 같이 가셨다. 기차를 타고 대전쯤 왔는데 어머님이 『이게 기차라는 것이냐』고 하시더란다. 기가막힌 아버님은 기차를 처음 타냐고 되물을 수 밖에. 어머님은 대답대신 연신 창밖을 보며 신기해 하시더라는 눈물겨운 얘기다. 일생을 같이 살면서 처음하는 기차여행,그러나 아버님이 옥고를 치르실 때 집안꾸리랴,옥바라지하랴 정신없는 와중에도 매일 면회에,하루도 거르지않고 연애편지를 주고 받으신 두분은 인생의 대지를 함께 여행해온 동지요,사랑하는 연인이다.

아버님인 자식을 키우는 원칙과 방식은 남달랐다. 북극설원을 내려오는 우리의 옛 얘기 장산곶매 이야기,멍석말이 열두마당,이심이 이야기,골국떼 이야기 등 우리 선조들이 고난속에서도 자기를 달구던 삶의 내력들을 거침없이 쏟아놓아 우리들의 삶의 양식이 되게 하셨다. 우리집 밥상은 그야말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토론 마당이다.

지난 87년 대선 때는 수배중이어서 직접 돕지 못하고 먼발치서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민중후보로 나선 아버님의 결단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일부에서는 사퇴압력을 가하고 있다. 민중의 역사에는 후퇴란 없다. 후퇴는 곧 죽음이거니와 이번 선거에서 인간적 승리는 물론 우리 승리가 정권교체로 귀결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피눈물이 통하는 세상이 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속이 헛헛하고 몸살기가 있으면 약대신 돼지비계를 한솥 삶아 막소금에 찍어 씹지도 않고 꿀꺽 삼키고 싶다는 우리 아버지. 그 타고난 식성앞에 돼지 한놈을 통째로 대접하고 싶은 효심을 그날은 어느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리라.

□약력

▲백기완후보의 장녀

▲58년 서울출생

▲연세대 중문과 박사과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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