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내 시아버지 정주영후보/이정화씨(가족이 본 대선주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내 시아버지 정주영후보/이정화씨(가족이 본 대선주자)

입력
1992.12.14 00:00
0 0

◎엄하면서도 따뜻… 근검절약 늘 강조/건강 오히려 부러울 정도아버님의 「새로운 정치」에 나선다는 결정에 세상사람들은 많이 놀랐다고들 한다. 가족들도 물론 많이 놀랐지만 언제나 옳은 일만을 하시는 아버님의 깊고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후보자의 가족으로서 우리 가족은 요즘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빈번한 취재요청도 그렇지만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선거를 후보자의 가족으로 치른다는 것이다.

우리 집안은 대가족이다. 아버님이 6남1녀의 장남으로 슬하에 8남1녀를 두셨다. 친손자 손녀만도 19명인데 우리 가족의 우애는 좀 유별날 정도로 돈독하다. 아버님 형제분들은 고생을 함께 하셔서 그런 것 같고,그런 우애를 보고 자라선지 우리 형제들도 사이가 참 좋다. 다들 과묵하지만 어려울 때는 서로 의지하고 이날까지 형제간에 다투는 것을 본적이 없다.

엄하시지만 며느리들에게는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해주시는 아버님 덕에 고된 시집살이는 없었다. 흔히 겉으로는 거룩해 보이는데도 실제 생활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아버님은 가까이서 겪을수록 더욱 존경심이 우러나게 하는 분이다.

「커피 한잔,담배 한갑이면 국수가 한그릇」이라며 근검절약을 앞장서서 실천하시는 아버님이 며느리들에게 철저히 강조하시는 것은 가계부이다. 가끔 호통을 치실 때도 있는데 며느리들을 다 불러놓고 주의를 주시곤 『담담하게 삽시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신다.

우리 가족의 새벽 식사는 유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아버님은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시고 새벽 5시면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시집와서 처음 얼마간은 힘들었지만 바쁜 가운데도 자주 만나는 것이 가족들을 사랑과 우애로 똘똘 뭉치게 하는 비결이지 싶다.

식사에는 집에서 직접 만드는 순두부가 빠진 적이 없고 현미밥에 누룽지에다 멸치,김,참기름,샐러드 등이 주된 메뉴다. 예전에는 며느리들이 이것 저것 요리를 해서 올려 봤는데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으셔서 이제 더이상 솜씨를 부리지는 않는다.

엄하신가 하면,며느리가 해산했을 때는 옷 사입으라고 슬쩍 돈을 건네주시기도 하는 자상한 면도 가지신 분이시다. 또 친손자 손녀만해도 19명인 아버님이 손자 손녀와의 시시콜콜한 약속까지 잊지 않으시고 꼭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여러번 있다.

단풍잎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기거나,한시를 음미하는 문학가 같은 면모도 있으시다. 마음이 내키시면 주위사람들을 데리고 연극구경도 가시고 첼로연주 감상도 아주 좋아하시는 멋쟁이시다.

요즘 우리 가족들은 선거법도 공부하고 영등포 동대문 신촌시장 등과 같은 군소시장을 샅샅이 훑고 이제는 경기지방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는 참이다.

유세전이 가열되면서 아버님에 대한 지지가 날로 늘어간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면서부터 사실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재미있는 일은 처음엔 아버님의 건강과 나이를 염려하거나 헐뜯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워낙 건강하신 아버님 일정을 따라 다니려면 고생이겠다는 염려를 거꾸로 우리들이 듣는다는 점이다.

난생 처음 해보는 선거운동이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시장골목에서 식사를 하시거나 김밥으로 대신하시며 전국의 유권자를 일일이 찾아 다니시는 아버님을 생각하면 기운이 난다. 『선거전략이란 별게 아니다. 직접 찾아다니며 내 뜻을 전하는 것,이것이 나의 선거전략이다』라는게 아버님 말씀이다.

과거에 매달리지 않으시고 항상 진보적인 생각만 하시는 아버님을 뵈면 어떻게 그 연세에 그런 생각을 하실까 하는 존경심이 저절로 생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시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시는 모습은 대통령직을 누구보다도 아주 잘 수행하실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아버님은 땅에 대한 농민의 무한한 애착과 고통을,등짐을 지는 노동자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아시는 분이시다. 얼마전에 유능한 중소기업인이 2천만원을 대출할 담보가 없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시며 아버님은 몹시 안타까워 하셨다. 그 무서운 이잣돈,부도에 대한 공포를 너무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아버님 자신도 중소기업을 하시면서 일수돈·월수돈으로 버티던 시절이 있으셨기 때문이리라.

나는 우리 아버님이 각 분야의 사람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어떤 후보보다 잘 아신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의 가장 큰 자격이 아닐까. 나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