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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더 권위를 세워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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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더 권위를 세워야(사설)

입력
199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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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가 전력을 쏟지않고 승리할 수 있는 예외적인 정치체제를 제외한다면,선거는 어디서나 후보자들의 사력을 다하는 힘든 경쟁이다. 지금 막판에 이른 제14대 대통령선거전의 양상에서는 젖먹은 힘까지 동원하는 후보자들의 마지막 안간힘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당선」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가용의 힘과 지략을 모두 소진하고 말겠다는 비장한 태도들이다. 이런 모습들은 목표를 향해서 최선을 다하는 인간상이라는 점에서 차라리 감동적일 수도 있는 일이다.그러나 목표를 향해 있는 힘과 지략을 다 쏟는다는 것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한다」는 생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피나는 경쟁을 제약하고 있는 사회적 약속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되,반드시 규칙의 제약범위안에서만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규칙이 실정법으로는 다름아닌 선거법이다. 또한 법이전의 사회적 상식과 인간적 양심도 한가지 준거로서 거론되는 것이다.

명백한 것은 「있는 법」부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법의 정의를 이루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번 선거의 공정성여부,성패여부는 오로지 경쟁의 규칙을 얼마나 잘 지키게 했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정부기구들의 공명정대한 시각과 문제의식,그리고 민첩한 대응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선거전이 막판이 이르면서 불법·탈법운동의 양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은 지극히 걱정스럽다. 「당선되고 보자」는 막가는 세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는 결과가 중요할 뿐 어떻게 이기고 지느냐하는 과정은 안중에도 없다. 「무슨 짓이라도」해서 승리를 위한 돌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예를들어,상대방 후보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경우도 정당한 공격이 아닌 흑색선전과도 같은 저급한 비방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급 인물들의 경쟁을 시정잡배의 멱살다짐 수준으로 격하해서 덕볼 일은 없다.

최근 문제가 된 민자당의 홍보용 인쇄물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13일 이틀에 걸친 논란끝에 「위법성 여부에 대한 해석을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같은 결정은 문제의 홍보물을 제작한 당사자인 민자당측이 이날 스스로 「폐기·회수」 조치를 취했다고 통고해온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홍보물 자체가 폐기된다는 것이므로 따질 필요도 없어졌다는 논리이다.

우리는 민주·국민 후보자를 품격 낮은 만화로 비방했다고 하는 문제의 홍보물에 대해 자진해서 폐기하기로 한 민자당의 결정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각당의 첨예한 관심사가 되어온 특정 사안에 대해 선관위가 취한 불투명하고 석연치않은 결정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한 최고의 권위로서 존경받아야 할 국가기구이다. 바로 그 때문에 문제의 홍보물은 자진 폐기여부에 관계없이 위법성 여부가 명철하게 판단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투표일이 나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규칙을 지키는 페어플레이에 대해 유권자들은 남은 시간동안 후한 점수를 매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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