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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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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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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뽑히는 관직에 앉기를 원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비판과 공격을 받을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 그것이 두려운 사람은 선거직의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다. 전국민의 투표로 뽑히는 대통령후보에게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의 전 대통령 트루먼은 『열기가 견딜 수 없으면 부엌에서 나가라』고 했고 존슨 대통령은 『총알을 맞지 않으려면 사격권 밖에 있으면 된다』고 말해 비난과 공격을 받기가 겁나면 후보가 될 결심을 아예 말라고 했다. 훌륭한 지도자 일수록 상대방의 공격을 교묘하게 잘 방어하고 역공하는데 명수들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 대통령선거 사상 최초로 4선 대통령후보로 나섰던 1944년 선거전 때의 에피소드다. 공화당에서 아주 고약한 소문을 퍼뜨렸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수로 애견 테리아 팔라를 알래스카에 남겨두고 왔다가 해군 구축함 한척을 보내 팔라를 백악관으로 수송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맹랑한 공격에 대해 루스벨트는 이렇게 응수했다. 『공화당이 나와 내 아내 그리고 내 자녀들만을 공격하는데 만족하지 못하더니 이제는 나의 애견 팔라까지 공격합니다. 나와 내 가족들은 분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팔라가 그들에게 분개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왜 그런지 아십니까. 팔라는 알래스카에 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선거에서 루스벨트는 2천2백만표대 6백만표로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우리의 대선운동이 막바지에 달한 지금 유력 후보들간에 인신공격과 비방·비난·조롱·풍자가 무차별하게 퍼부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멋지게 맞받아쳐 세를 역전시키는 묘기를 보이는 후보는 없는 것 같다. 「정치는 말재주와 욕설이 정당한 무기로 인정되는 일종의 경기다」 처칠의 말이다. 그 무기를 효율적으로 쓰는 후보가 우리에게는 아직은 없어 보인다. 너무 저질적인 공격과 비난만이 무성할 뿐이어서 국민들의 귀만 더럽혀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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