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간 빈부격차로 갈등증폭/에든버러 EC 정상회담 결산【에든버러=원인성특파원】 에든버러에 모인 유럽공동체(EC) 정상들은 논란 끝에 일단 덴마크가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 마스트리히트 유럽통합조약을 비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것이 1년전 마스트리히트에서 펼쳐보였던 원대한 유럽통합의 꿈을 되살려 「하나의 유럽」을 향한 힘찬 전진을 다짐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다.
우선 덴마크에 단일통화와 공동방위정책에서 빠질수 있도록 양해한 것은 EC가 똑같은 화폐를 사용하고 공동의 정치 경제정책을 펴는 「하나의 유럽」이 되더라도 영국과 덴마크는 불완전한 통합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나마 두나라가 내년중에 조약비준을 마칠수 있을지조차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이다. 덴마크는 이번의 협상결과를 가지고 내년 4,5월께 재국민투표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여론은 결코 낙관을 허용하지 않는다. 만에하나 덴마크가 비준에 실패한다면 나머지 국가들은 덴마크를 떼어놓은 채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태세이다. 그러나 덴마크의 비준여부는 영국의 비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영국마저 비준을 못하고 나머지 10개국이 추진하는 통합은 그 의미와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의 장래를 낙관치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회원국간의 경제력이다.
EC에는 한국에 비해 국민소득이 3∼4배나 되는 독일 프랑스 등이 있는가 하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가 섞여있는 상태이다. 이번 회의에서 예산안과 빈국개발지원기금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인점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예산을 동결하고 지원기금을 줄이자는 영국 네델란드 등 부국과 이에 정반대되는 입장을 내세웠던 빈국간의 협상을 두고 「EC내의 남북갈등」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결국 과거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선에서 절충을 보기는 했지만 현격한 경제력의 차이가 상존하는 한 근원적인 해결이 될수는 없다.
통합에 대한 EC 각국민의 점증하는 우려도 큰 장애요인이다. 마스트리히트조약당시 정치지도자들이 내세운 이상에 대해 각국 국민들은 민족성과 다양한 역사,현실의 경제적인 이유로 반대의견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반대론이 거센 영국,국민투표에서 비준을 거부한 덴마크,49%의 반대속에 가까스로 국민투표를 통과시킨 프랑스의 예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유럽전역을 휩쓸고 있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실업이 계속 늘어날수록 반대여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합을 주도하면서 빈국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원해야하는 부국에서는 이같은 반대여론이 더욱 높아지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C 정상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 한데는 이같은 이유도 작용했다.
에든버러 정상회담은 덴마크 문제와 유럽외환시장의 위기 등으로 빚어진 혼란을 미봉하는 것으로 자족하는 분위기이다. 새로 의장국을 맡는 덴마크는 숙제를 그대로 떠안은채 두나라의 조약 비준문제로 씨름을 해야할 형편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가 1년전 마스트리히트 회담때와는 달리 장미빛 환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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