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같은 대선 관련 뉴스들 가운데 신선한 소식이 들어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렇듯 신선하고 반가운 분위기가 앞으로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투표일까지 이어져,마침내 공명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싶다.민자·민주 두당은 11일 선거전 막판의 결정적 세몰이로 준비해오던 「여의도집회」의 취소를 결정,발표했다. 두당은 또한 지금까지의 상호비방성 성명전도 중지하고 성명의 격조를 높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여의도집회라면 언필칭 백만군중을 동원하는 엄청난 규모의 유세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87년에 이미 그같은 유세와 그 폐해를 경험한바 있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그 때의 경험이다.
우리가 어제 이 난을 통해서도 「대도시 대집회」의 자제를 촉구한 것은 혹한기 대중 동원에 따른 사회적 무리와 경제적 낭비,그리고 교통체증 유발 등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대규모 군중이 한자리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흥분에 들떠서 후보자나 운동원,또는 지지자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반이성적 「돌출사고」를 더 우려했기 때문이다.
청중이 백만여명쯤 모이면 주최측에서 뜻한대로 그들의 군중심리와 행동을 제어하기 힘들다. 하찮은 자극이나 있을 수 있는 오인에 따라 군중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더러있는 일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한』 오늘(12일) 국민당의 여의도 유세에서도 주최측은 물론 질서유지에 관련된 모든 기관과 참가자들이 이러한 점을 철저히 예방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소식은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이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휴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구구한 억측을 자아내기도 했던 이른바 「자해카드」나,현대를 볼모로 하는 어떤 사태에 대한 우려도 이로써 씻을 수 있게 되었다고 우리는 본다.
막바지에 접어든 대통령선거의 분위기는 이런 소식들에도 불구하고 금권과 관권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과 혼탁·과열·인신공격·흑색선전 등 여전히 우려할만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했던 「지역감정」 촉발에 의한 분위기 악화가 각당 후보들에 의한 적극적인 자제노력으로 잠재워진 것은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높게 평가받아 마땅한 일이다.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부산유세에서 「부산시민」이란 말을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든가,김대중 민주당 후보가 광주의 실내 유세에서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를 해선 안된다고 당부한 것 등은 돌팔매가 난무했던 87년 대선때와 비교하면 매우 희망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유세를 통한 세몰이가 더이상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지역감정 촉발과 자극은 결국 후보자 자신의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 신선한 분위기를 반드시 투표까지 이어가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우리는 마지막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TV토론을 반드시 성사킬 것을 모든 당사자에게 다시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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