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표적화실수막아 “판세 유지”/민자/“반발표 차단” 조용한 끝내기 주력/민주/탄압 집중부각·세과시로 “승부수”/국민주요 후보진영의 막판 선거전략이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민자·민주당은 대규모집회를 통한 막판 세몰이 전략을 바꿔 여의도 유세를 취소했으나 국민당은 오히려 세몰이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강행키로 하는 등 전략의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당이 저울질하고 있는 이해득실과 전략수정의 배경을 알아본다.
▷민자◁
민자당의 종반 전략은 무엇보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판세의 우위를 착실히 지켜나가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범위 표밭의 부동표 공략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는 다시말해 각종 여론조사결과 김영삼후보 지지율이 줄곧 1위를 고수해온 마당에 구태여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김 후보 자신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의도 대규모 집회를 않겠다는 입장을 직접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선거가 종반에 이르면서 금권선거 양상과 각종 흑색선전 상호비방이 심해진 마당에 비난여론의 표적을 우회해가는 것이 막판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한 것 같다.
더욱이 김 후보의 대규모 집회 계획 철회는 공교롭게도 민주당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함으로써 종반 표몰이 양상에 있어 「2김1정」의 차별화를 부각시키는 효과마저 거두게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또한 대선전황을 궁극적으로 「양김구도」로 몰고가려는 민자당의 입장에서 볼때 의미심장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규모 청중동원 유세를 금권선거 등의 선거전 혼탁과 동일시하는 여론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순발력있게 발을 뺌으로써 정부의 공명선거 유도의지와 궤를 같이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후보로서도 중립내각 구성의 길을 튼 장본인으로서 선거 당일까지 정부의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최근 물의를 빚은 「03시계」 문제에 대해서는 대국민사과 표명을 분명히 함으로써 「떳떳한 선택」을 희망하는 자신의 의중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민자당은 이와함께 정주영 국민후보에 주로 모아졌던 공세의 하중을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서서히 옮겨 실음으로써 「양김 택일」의 분위기를 조성해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실제로 자체 분석한 결과 정 국민 후보의 약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김 민주 후보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민자당은 이를 바짝 경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이같은 상황진단은 조직전체가 위기감을 고조시켜 막판 선거전을 독려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반영되고 있다.
민자당은 이와함께 전국 지구당에 긴급 지시를 내려 각종 선거사고 방지를 위해 각별히 신경쓸 것을 지시하고 있다. 남은 1주일동안 돌출사고 등 실수를 범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당부이다.
김 후보진영은 또한 상대진영의 인신공격 등 노골적인 비방에 대해서도 일일이 맞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여론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정진석기자>
▷민주◁
민주당은 13일로 예정했던 여의도 대집회를 취소,막판 세몰이 싸움에서 일단 발을 뺐다.
이같은 조치의 표면적인 이유로 민주당이 들고 있는 것은 ▲건전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세몰이식 과열경쟁은 피해야 한다 ▲시민의 교통불편을 피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혼란이 초래돼서는 안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당내의 관측통들은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대규모 집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선거막판의 반발현상이다. 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87년 선거 당시 KAL기 폭파사건과 함께 김대중후보의 표를 잠식했던 것이 바로 여의도에서의 대규모 집회였다』면서 『세과시가 중산층의 안정희구의식을 자극,대량의 반발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재의 지지분포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거의 승산이 확실하다는 내부판단을 굳히고 있으나 짐짓 『아직도 YS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고 밝히는 등 「표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따라서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세를 과시하는 것은 이미 지지의사를 굳힌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긴 하겠지만 「한계 지지표」 특히 중산층과 영남권 지지표의 반발이탈을 초래할 것이라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현대수사 공방」을 계기로 민주당측이 지역감정을 은근히 부추기면서 「DJ의 집권가능성」을 역이용해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만큼 「조용한 선거」전략으로 민자당의 이같은 기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전략팀의 일치된 견해다.
한편으로 「세몰이」 경쟁에 뛰어들 경우 지금까지 정면으로 여론의 화살을 받지 않았던 상대적 이익이 희석되는 동시에 막판에 엉뚱한 논란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대상이 됐다.
즉 김 민자 후보가 10일 부산에서 이미 「세몰이」를 시작했고 정 국민당 후보도 12일 여의도 대집회를 벌이는 마당에 마지막으로 「세몰이」에 나설 경우 「바람」의 효과는 감소하는 반면 과열경쟁에 따른 비난여론이 마지막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부담을 감안했던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분위기가 과열·혼탁으로 치달을 경우 지역감정·흑색선전 등에 취약한 자신의 「체질」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대규모 집회 취소도 그런 빌미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에는 조용한 끝내기 수순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은연중 깔려있는 측면도 있다.<황영식기자>
▷국민◁
국민당은 12일의 여의도 유세를 단순한 연설회라기 보다는 일련의 정부조치에 대한 항의성 「규탄집회」로 상정하고 있다. 국민당이 계획하고 있는 이날 집회가 정주영후보의 연설회를 겸한 「관권 탄압선거 범국민 규탄대회」인 것을 보아도 이같은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당측은 민자·민주 양당이 여의도 집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우리당의 집회는 다른당의 동원유세와는 다르다』면서 『이날 집회의 목적은 일부 불순 관권세력의 국민당 탄압 음모를 규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당은 정부의 「현대수사」가 정 후보의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한 민자당과 일부 친YS계 정부 인사들의 「합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수사로 국민당이 실제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국민당의 초반 상승세가 꺽이게 될 「위기」에 놓였다는게 당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국민당은 따라서 이번 현대수사와 「탄압」 측면을 집중 부각시켜야만 「금권」시비로 잃은 표를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탄압」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선 서울에서의 대규모 집회가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당은 특히 여의도 집회가 선거일 6일전에 개최된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부동층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민당으로선 이들 부동층이 대체로 선거 3∼4일전에 마음을 결정한다는 판단아래 극적인 방식으로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대규모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이번 집회가 단순한 세과시용이 아니기 때문에 민자·민주당과는 상황이 다르며 이같은 「승부수」를 던지더라도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당은 이날 집회에서 「현대수사」 등 일련의 조치를 「탄압」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민자당의 「금권선거」를 집중 폭로한다는 계획이다.
민자당 및 그 외곽조직의 금품 또는 향응제공 사례 공개 및 민자당의 정치자금 조달 경로 및 규모 등이 폭로될 것이라는 애기가 당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또한 정 후보외에 김동길 김복동 한영수 김용환 박철언 최고위원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 찬조연사로 나서,양김구도 타파·경제대통령론 등을 집중적으로 역설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정 후보의 또다른 「중대선언」이나 세확대와 관련된 「깜짝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국민당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국민당은 이날 집회를 계기로 내주초 유세와 함께 각종 이벤트를 개발,막판 세몰이로 뒤집기 전략을 시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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