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머물면서 열달째 맞벌이를 해온 중국교포 김모씨(37·중국 길림성 연길시) 부부는 요즘 「두번 다시 오기 싫은」 한국땅에서 하루빨리 떠나고 싶은 생각뿐이다.올해초 갑작스런 화재로 고향 연길시에 있는 40평 집이 불타버려 빈털터리가 된 김씨 부부는 『한국에 가면 한 밑천 잡을 수 있다』는 주위의 권유로 서울에 왔다.
친척들에게 빚을 내 사들인 한약재 보따리를 메고 2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중국 위해항을 떠나 인천항에 닿은 것이 지난 3월.
중국 교포들이 몰려사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월 9만원 사글세 방을 얻은 김씨부부는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섰다. 부인 윤모씨(35)는 한약재행상·공사장 잡역부·식당종업원 등을 닥치는 대로 했고 김씨는 부천의 한 금속도금업체에 취업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김씨 부부는 1천여만원을 저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얄궂은 한국인들은 불법체류자임을 꼬투리잡아 갖은 수모를 주기도 했고 일을 시키고 월급을 제때 주지않는 경우도 많았다.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출국준비를 하고 있던 김씨 부부에게 기어이 비극이 닥쳤다.
지난 7일 하오 10시께 건장한 청년 5명이 집을 찾아와 『법무부에서 나왔는데 불법체류관계로 조사할게 있다』며 방안을 뒤져 1천만원이 입급된 예금통장을 빼앗아 갔다. 범인들은 다음날 저녁 다시와 혼자있던 윤씨를 강제로 승용차에 태웠다.
인근 여관으로 윤씨를 끌고간 범인들은 윤씨를 집단 성폭행한 뒤 『남편에게 사실을 알리겠다』며 인장을 빼앗고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뒤늦게 남편의 신고로 일당중 한명은 경찰에 붙잡히고 돈은 되찾았으나 김씨 부부는 몸도 마음도 망가진채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변형섭기자>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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