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이권로비·급행료등 용처다양/재벌그룹선 일반화… 장부은닉도 “기발”국민당에 유입된 현대그룹의 자금이 현대중공업의 비자금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업의 비자금문제가 다시금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검은 돈,정·관·경 유착의 검은 사슬 등으로 불리고 있는 기업의 비자금은 각종 경제사건이 터질때마다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고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다른 그룹들이 이번 현대사태를 숨죽이고 바라보며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막대한 선거자금의 조달창구가 기업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재계가 정치권과 관계를 얽기 위한 수단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거대한 규모의 정치자금이 개인호주머니에서 나올리는 없는 일이고 어떤 경로를 거치든 결국은 기업에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굳이 조사를 해보지 않아도 다알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현대뿐 아니라 재벌그룹쯤 되면 어떤 기업을 뒤져도 비자금문제는 생기게 마련이다. 멀게는 87년 범양사건에서 부터 수서사건,정보사땅 사기사건,한양이나 건영 등 각종 경제사건이 터질때마다 비자금은 사건을 푸는 핵심으로 떠올랐었다. 기업의 비자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또 어떻게 조성,관리되고 있을까.
비자금은 거래과정에서 관례적으로 발생하는 리베이트와 커미션,회계처리 조작 등으로 생기는 부정한 돈을 세금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특별관리하고 있는 자금을 통틀어 말한다. 이 자금은 제품의 납품가나 수입가격 조작,공금의 사채시장 투자,증자과정에서의 물타기,필요경비의 과다계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조성과정이 떳떳지 못한 만큼 조성의 전모는 비밀에 부쳐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탈세와 장부조작으로 조성되는 이 자금은 사용처 또한 어두운 구석만 찾아다닌다. 이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자금이나 정치권에 대한 보험금 성격인 정치자금,대규모 금융지원에 대한 사례금,사업추진을 위한 급행료 등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조성과정과 사용처가 이처럼 떳떳치 못하기 때문에 비자금은 사주의 심복중 심복이 은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심복은 사주의 특별관리 대상이 되는 특혜를 누리는 만큼 비자금의 장부를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있다. 국내 굴지의 모그룹이나 정보사땅 사기사건때 제일생명이 비자금의 관리기록을 연필로 한뒤 유사시 지워버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비밀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장부는 사내 금고가 일반적인 은신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사건들이 비자금의 추적으로 베일이 벗겨지면서 최근들어 작성자만이 알 수 있는 제3의 장소가 장부의 은닉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관리자들은 다른 서류파일속에 끼우는 위장방법도 동원하고 있고 자신의 집이나 친구의 사무실에 보관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번 총선때 비자금문제로 홍역을 치른 현대상선이 비자금 관리장부를 지방사무소의 창고 선반에 보관했다가 발각된 것처럼 각 기업 지방공장의 허름한 창고도 장부의 비밀 관리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은행의 대여금고도 기업들의 비자금 관리장부 은신처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현대사태로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이 입증됐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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