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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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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국회에서 간선으로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승만박사는,피란시절 임시 수도 부산에서 직선제로 억지 개헌을 강행,자리에 눌러 앉았다. 환도후 3선에 도전해 사실상의 부전승으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1956년 봄에 있었던 3대 대통령선거였다. 우리나라 선거사상 가장 활기찼고 또한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후보는 해송 신익희씨­. 참신하고 기발한 선거구호로 기선을 잡았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자유당과 이 박사의 실정과 부패에 시달릴대로 시달린 국민은 이 구호만으로도 신바람이 났다. 한강 백사장에 모인 유세인파는 아마 우리나라 초유의 대규모 정치집회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호남선 열차내에서의 해송의 급서로 이 선거는 결말이 뻔한 정치사의 비극으로 끝내 머물고 말았다. ◆독립운동가와 대통령이라는 카리스마를 등에 업은 이 박사는 구름위에서 걷는듯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에 비해 야당의 해송은 그 특유의 명연설과 서민의 풍모를 내세워 발로 뛰었다. 서울시내 한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첫 유세에서 그는 상대를 비방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스스로가 벌일 선거운동이 어떠할 것이라는 당위론으로 청중을 설득하고 감명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선거운동에서 상대후보를 헐뜯는 언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히려 상대의 장점과 능력을 최대한 인정하고 격찬하는 가운데 그보다 자기가 앞선 것이 무엇인가를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머감각도 잃지 않았다. 당선이 되면 대통령각하라는 호칭을 없애겠다며 각하가 다리아래(각하)란 말이냐고 비꼬았다. 듣기에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선거전은 30여년전 수준에도 미달이 아닐까. 덕담을 하면서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여유로움이 없고 직설적으로 밀어붙여 오히려 귀를 막고 눈을 돌리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대권을 맡겠다며 서로가 덕담을 아끼고 험담으로 치고 받는 모습을 아무리 보아도 품위상실이다. 대권의 품위마저 저절로 떨어질까 걱정이 태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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