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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웃이 떨고 있다(사설)

입력
199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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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세밑은 뜨겁고 차다. 열과 냉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대통령선거 바람이 뜨겁다. 모든 것을 압도한다. 휘몰아치는 열기가 모질고 거세다. 온나라가 그냥 휩쓸려 갈 것 같다. 선거이외 다른 것은 온통 잊고 지내는 지경이다. 이에 반해 이웃사랑은 차디 차다. 우리네 이웃,특히 불우한 이웃은 거의 망각속에 묻혀 버렸다. 세상이 야속하다.뜨거운 선거바람은 금권에 휘말려 혼탁해지면서 엄청난 돈뭉치가 오로지 정치에만 쏟아 부어진다. 배부른 공약이 즐비하다. 선거가 끝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살 것 같은 차각마저 들게 한다. 따지고 보면 허풍인데도 막무가내이다. 그러나 이런 허풍엔 진실과 사랑이 담겨져 있지 않다.

사랑과 진실은 언제나 한마음이다. 거짓으로 포장된 사랑은 과장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가난한 마음을 진심에서 도와주는 일이다. 이것이 곧 인정이며 이웃사랑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명절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으스스한 세밑이면 가족과 이웃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구세군의 자선남비는 세밑과 불우이웃돕기를 알리는 오랜 상징의 하나이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거리에 나섰다. 넉넉한 이웃의 마음을 일깨우는 종소리가 새삼 정겹다. 그런대로 삶의 여유를 느낄만한데,정작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냉기에 젖어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정이 거꾸로 메말라 감인가,마음의 문이 좁혀져 감인가,각박한 느낌마저 든다. 우선 마음을 열어야 사랑이 활기차게 뻗어 나온다.

잠시 주위를 돌아보자. 인정을 그리워하는 불우한 이웃의 눈망울은 여기저기에 있다. 고아원과 양로원 등엔 세밑의 추위가 더욱 살결을 깊이 파고 들어온다. 이웃이 그립고 인정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불우이웃은 또 있다.

미성년 가장의 가족들은 누구를 쳐다보고 있겠는가. 갑작스러운 재난에 가족과 가재를 잃은 불행한 사람들은 어디에 의지할 것인가. 하나 하나 짚어보면 가슴이 쓰려온다.

물론 대통령선거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우리 생활의 전부를 여기에 몰입시킬 수 없는 일이다. 허망하게 쓰여지는 허망한 돈보다,불우이웃을 생각하는 작은 정성이 더 소중하다. 이웃을 돕는 한푼의 성금은 사랑이 담겨있어 무엇보다 값지다. 사랑의 참여에 머뭇거림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올해의 세밑 인간애로 뜨겁게 덥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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