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보,북방정책 기본노선 엇비슷/「경협」문제에는 시각차러시아정부는 오는 18일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될 후보가 대러시아 정책을 과연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단 김영삼 민자,김대중 민주,정주영 국민당 후보 등 세후보중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6공화국이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기본노선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 한·러 양국간 유대와 친선관계에 변함이 없을 것이며 러시아를 북방정책의 「전진기지」로 생각하는 한국의 기존노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 문제에 있어서는 각 후보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김영삼·김대중·정주영후보 등 세사람이 모두 구 소련 혹은 러시아를 한두번 이상 방문했으며 러시아의 고위 정치지도자들과 직간접으로 교분이 있는 만큼 양국간 경제협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일부 후보의 경우 현재 한국의 경제사정상 대규모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등 한국의 대러시아 진출과 투자에 단계적 접근을 강조한 점을 들어 혹시 양국간 경협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도 대부분 각 후보별 개인 신상과 함께 차기 한국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에 대한 전망을 보도하고 있다.
노보에 브렘야지의 경우 양김씨의 사진을 게재하고 두사람 모두 군사정권에 반대해 투쟁해온 민주투사였으며 한사람은 가택연금을,한사람은 사형선고를 받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타르 타스 통신도 각 후보의 개인 프로필을 보도하면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같은 개인신상 보도와 함께 양국의 향후 협력관계가 결코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평양특파원을 지낸 적이 있는 베크지의 세르게이 구다소프 국제부장은 『양국관계는 누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미 공고한 상태』라며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켜 러시아를 남북한 통일의 길로 가는 발판으로 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극동문제연구소의 한국과장인 투가첸코 박사는 『이번 선거가 한국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비록 야당이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에는 진정한 정당정치가 제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강조했다.
현지 교포 및 상사 주재원 등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러시아 국적을 가진 교포들은 『누가 당선이 되든 러시아 동포들이 같은 민족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고국의 동포들이 선택을 제대로 해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포학생인 김 알렉세이(24)는 『양김씨와 정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세사람 모두 러시아를 이해하고 있어 누가 당선이 되든 양국간 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주재 상사원과 유학생들은 한국에 국제전화로 현재 어떤 후보가 유리한지 선거전 상황을 알아보는 등 선거소식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한 유학생은 『이번 선거만큼은 관권·금권이 배제된 공명선거를 해 진정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사 주재원들은 『어떤 대통령이 양국간 경협을 활발하게 추진할지 궁금하다』며 『외국에 있는 주재원들도 한표의 주권을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정부와 언론은 양국간 관계전망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 차기 대통령의 한국으로서는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임기를 맞게 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경협이 더욱 활발하게 추진됐으면 하는 희망을 피력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착됐으면 하는 기대도 피력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지난번 옐친 대통령의 한국방문을 시작으로 새로운 대아시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이같은 러시아의 정책에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옐친은 그동안 대유럽 외교로 일관했던 정책을 아시아쪽으로 선회시키는 한편 이 지역국가들과의 정치·경제적 협력을 통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혁정책에 도움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로서는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얼마만큼 친러시아쪽으로 기울 수 있느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정부의 한 한국 관계자는 『국제정세로 볼때 양국간의 긴밀한 협조가 앞으로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이 점을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모스크바 특파원>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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