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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말하는 강원룡목사(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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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말하는 강원룡목사(초대석)

입력
199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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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잘치러 「위기」 벗어나야/「변수」노리는 분위기 혼탁 가중/종교이유로 후보지지 말도록/유권자 활동제한 현행법 개정필요… 「지지율 낮은 대통령」 나오더라도 승복 마땅▼크리스찬 아카데미가 「나라를 위한 원로들의 대화모임」을 주관하고 있는 뜻은 무엇입니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당리당략을 떠나 초연한 입장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의견을 내놓는 그룹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은 냉소주의와 허무주의에 빠져있고,각 정당들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줄을 모르니,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이 칠십이 넘은 분들중 현재 정치일선에 있지 않고,과거에 다소 흠이 있더라도 국민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닌 사람들을 한자리에 초청하여 의견을 모아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존경할만한 원로가 없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원로들 자신도 마땅히 해햐할 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든 사람들이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 모든 참석자들이 공감했고,지난 10월30일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56명의 이름으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15일 다시 모여서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와 후보의 자세」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발표할 게획입니다. 「위기와 기회의 기로」라는 말로 오늘의 상황을 표현했는데,우리는 이번 대선을 위기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종교가 중립을 지킬 것을 강조하는 「종교지도자 63인 선언」에도 참가하셨는데,지금 종교의 선거개입이 우려할 정도라고 보십니까.

『종교인에게도 특정후보를 지지할 자유가 있으나,성직자들이 신도들의 후보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종교적 이유로 어느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 선언의 참뜻입니다. 기독교 신자들인 기독교인 A후보를 지지하고,불교신자들은 불교를 믿는 B후보를 지지하면서,각기 청와대에서 찬송가나 불경이 울려퍼지게 하자고 다짐한다면,나라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는 3·1운동 등 중요한 일을 치를 때마다 각 종교가 단합해온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선거에 종교가 이용되면 종교간에 반목이 깊어지고,지역감정에 이어 종교감정이 생길 것입니다. 현재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지만,몇몇 성직자들이 종교를 이유로 특정후보 지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뜻이 순수하다 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 정당에 대한 선거법 위반 단속과 현대그룹 수사 등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중립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중립내각 얘기가 처음 나올 때부터 대통령중심제 아래서 총리가 어디까지 소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예를들어 역대 선거에 개입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안기부는 대통령 직속기관이지 총리관할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승종총리는 잘 해보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결과적으로 중립내각을 구성한 것이 안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각 정당에 대한 수사가 형평을 잃고 있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있겠지만,나는 그 문제를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닭을 훔친 사람이나 황소를 훔친 사람은 다 도둑이지만,똑같은 벌로 다스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당마다 들추면 다 위법사례가 나오겠지만,분명히 경중이 있을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그 점을 냉정하게 판단하면서 정부를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유력하게 뛰고 있는 후보들중 누가 당선되든간에 한국은 삼십여년만에 문민시대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를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문민시대의 골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민시대는 반군사문화를 지향해야 하지만,「군은 나쁘다」는 배척에서 출발해서는 안됩니다. 군은 그 특성상 명령·복종·질서를 생명으로 하며,자유나 평등의 가치를 고려하기 힘든 집단입니다. 그런 군사문화의 존재이유를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그런 문화가 한 나라의 통치스타일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군사문화를 반대해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민간인 출신 후보를 가졌다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과연 민주적인 자질을 가졌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냥 문민이란 의미가 없으며,비군사 문화적인 문민이라야 참다운 문민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군출신이라고 모두 독재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민간인도 얼마든지 독재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유력한 후보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이점에서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고 봅니다』

▼냉소주의와는 달리 후보들의 모두 마음에 안들어서 방황하는 유권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마음은 나에게도 있습니다. 후보들이 마음에 안든다는 것은 단지 감정상의 문제가 아니고,후보들이 어떤 비전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것인지 확실치가 않기 때문입니다. 후보마다 백여가지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나,실현 가능성이 있든 없든 좋은 것은 모조리 모아놓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다투는지 쟁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데 인신공격으로 싸우고 있으니,유권자들은 그 혼탁한 싸움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방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는 「다 좋을 때는 최선을,다 나쁠 때는 가장 적은 악을 택하라」는 선택의 일반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겠지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기권을 하거나 표를 파는 것은 죄악입니다. 우리가 독립국의 주권자로 투표권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고 희생당했는지를 기억한다면,나의 한표를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선거분위기에서 가장 우려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관권개입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으나 부분적으로 남아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고,금권선거는 이 나라가 돈이 아니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고 느껴질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 말은 특별히 어떤 정당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며,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후보와 유권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위 「변수」를 만들어서 자기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후보들과 그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선거분위기를 날로 혼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선거법도 문제인데,유권자들이 자유롭게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하는 활동을 너무 제한하고 있습니다. 독재정권이 권력유지를 위해서 만든 법도 아니고 각 정당이 합의해서 만든 법인데,국민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국민의 개입을 최대로 줄인채 자기들끼리 권력을 나누려는 속셈이 드러나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는대로 선거법 개정에 착수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국민들은 「변수」를 기대하지 말고,앞으로 남은기간동안 누가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하고 있는지 감시자의 역할을 다해야겠습니다』

▼선거전 판세가 날로 팽팽해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고,선거이후의 정치는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거이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는 15일 우리 원로모임은 선거에 임하는 자세 뿐 아니라 선거이후의 자세에 대해서도 국민과 후보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대통령은 37%의 지지로 당선되었고,「37% 대통령」이라는 말이 계속 그를 따라 다녔는데,이번 선거에서는 그 이하의 지지로 당선될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차점자와의 표차가 근소할 경우 관권선거니 금권선거니 하며 결가에 승복하지 않고 정국을 뒤흔드는 후보가 틀림없이 나올 것입니다. 과반수 미만의 지지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현행 선거법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그것이 법인 이상 결과에 승복하고 지지율을 문제삼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은 30%든 35%든 당선자가 결정되면 그를 확고하게 보호해주겠다는 결심을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국민의 높은 의식으로 당선자의 단점을 억누르고,장점을 북돋워서 함게 나아가는 국민운동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와의 무역전쟁에서 온갖 악조건을 안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임금으로 경쟁하던 시장은 중국과 동남아에 뺏기고,고가품시장은 일본의 벽을 뚫지 못하는 가운데 국민은 일할 의욕을 잃고,기업은 투자할 의욕을 잃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뚫고 나갈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정치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더이상의 정치싸움은 이제 국민이 허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가 앞으로 꼭 일주일 남았는데,온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책임과 각오를 다질 때 입니다』<대담 장명수 편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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