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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현대루머」 진원지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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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현대루머」 진원지 어디냐

입력
199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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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폐업설등 모처서 흘렸다” 추측 만발/「보너스성금」도 와전… “기업활동 위축 큰일”계속된 수사·조사 등으로 현대그룹이 거의 전면적인 경영 마비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현대그룹의 움직임과 관련,갖가지 설과 소문이 나돌아 재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계열기업의 폐업,직원의 집단휴가 실시,성금 강제징수 등 그럴싸한 설과 소문들은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로 포장되어 정보채널을 타고 있는데 이들 정보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개연성은 인정되면서도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어서 정보의 유출과정과 배경에 어떤 복선이 깔려있는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와 현대그룹간의 첨예한 대립속에 나도는 이같은 설과 소문들의 진원지는 어디며 누구를 위해,어떤 목적을 노리고 있는가.

○…9일 하오 긴급정보로 정부 관계부처에 퍼진 계열기업 폐업설은 관계자들이 비상대기하며 현대측과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할 정도로 포장되어 있었다. 모처의 고급정보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진 이 설은 현대종합목재와 현대중공업으로 구체적인 기업이름과 폐업날짜(10일 상오)까지 적시돼 관계부처를 아연 긴장케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임원진 8명중 사장을 포함해 5명이 구속 또는 수배를 받고 있는 현대종합목재의 경우 회사내에서도 폐업이나 일시휴업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게를 더해 갔던게 사실이다.

이 폐업설은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5일 공명선거촉구결의대회에서 『현대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면 부득이 회사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데서 있을법한 설이긴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폐업설이 정부의 고위당국 등 외부에서 한발 앞서 나왔다는 점에서 현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일부러 흘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있다. 실제로 10일 상오 현대그룹이 주요 사장단회의를 열고 있을때고위당국에서 『정 회장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종합목재의 폐업을 발표했다는데 사실확인을 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측은 이같은 설에 대해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부인하고 『정부가 현대그룹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히기 위해 휴폐업설을 유포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연말보너스를 놓고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현대가 계열사별로 연말 보너스를 앞당겨 지급,국민당에 강제로 성금을 내게 한다는 소문이 번졌다. 이어 직원들의 연월차휴가를 동시에 실시,국민당 선거운동을 지원키로 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 소문들은 현대그룹의 직원과 노조 일부가 현대의 위기를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 일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보너스를 성금 또는 당비 명목으로 내놓았다는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회사가 강제로 성금을 거둬들인다는 소문을 의식한듯 정 회장은 10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보너스를 예정보다 앞당겨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 현대자동차와 현대전자 등 5개사가 9일 보너스를 지급했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오는 20일 이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의 미행 등 현대그룹에 대한 경찰의 강경수사는 젊은 직원들의 애사심을 자극,갖가지 설과 소문에도 불구하고 오리혀 직원들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 『이렇게 오해받고 일방적으로 당할 바에야 폐업하는게 낫겠다』거나 『동기들끼리 돈을 모아 국민당에 내자』는 등의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경찰이 임직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미행감시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정부의 수사를 현대그룹에 대한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경수사로 촉발된 직원들의 애사심은 구사움직임으로 구체화되고 있는데 10일에도 현대건설·현대종합목재·현대중공업 3개사의 노조가 직장수호 결의대회를 가졌다. 그룹측은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한 구사움직임이 강도가 높아질 경우 자칫 외부의 오해를 사 오히려 현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임원진들이 이들의 움직임을 적당한 선에서 무마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계열 기업의 명백한 실정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의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고 결과에 따라 공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조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되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현대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입장. 특히 쓸데없는 소문과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면서 현대 계열기업과 하청업체들은 물론이고 재계 전체가 난기류에 휘말려들게 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개탄하는 모습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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