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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육성책 시급하다(대학을 살리자: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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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육성책 시급하다(대학을 살리자: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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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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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서도 홀대/미미한 연구비 지급/취업기회 은근 차별/마치 “푸대접” 인상… 학사행정 차질까지/정부­기업은 지원늘려 「지역 인재양성」 학교노력 도와야우리나라 대학의 위기상황은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욱 심하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사회구조가 철저하게 서울에 집중된 사회구조속에서 지방대학은 서울소재 대학들에 비해 열악한 교육여건과 턱없이 모자라는 재정지원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고사하고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게도 숨이 차다.

지방대학의 현실은 바로 취업과 직결된다.

지방 모국립대 무역학과 4년 이모군(26)은 『학점 평점이 3.95인데도 입사서류를 낸 4개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탈락됐다』며 『국립대를 다녔다는 자부심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명문대 선호풍조와 지방대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서울소재 대학보다 형편없이 낮은 취업률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지방과 서울의 지역동문회를 중심으로 대기업 홍보활동을 벌이고 총장과 교수들이 대기업을 돌며 취업을 호소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총장등 취직알선 나서

전남대는 겨울방학동안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문대 사회대 등 5개 단과대생들을 위해 경제원론,영어특강이나 계절학기 강좌를 계획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학이 취업관련기구를 총장 직속에 두는 등 취업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대 조선대 등 도내 8개 대학은 전남부지사·광주부시장을 비롯,지역상공회의 소회장,시도의회 의원,기업 및 공단 임원 등과 「대학취업촉진협의회」를 만들어 기업설명회를 갖고 대기업과 전경련을 방문,취업알선을 부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데다 서울소재 대학중심으로만 혜택이 돌아가는 인턴제도가 확산되고 있어 지방대생들은 응시 기회조차 상대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부산대 동아대 강원대 등 전국 52개 지방대학 총학장들은 지난 10월30일 모임을 갖고 입사시험 전형과정과 인턴제도 등과 관련,지방대생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시정해달라고 전국 6백70여개 주요기업체와 금융기관 등에 연명으로 서한을 보냈다.

지방인재의 탈고장화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 당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부산대는 지난 10월 부산 경남지역 고교 진학담당교사 1백여명을 초청,대학발전계획을 소개하고 지역 인재육성을 강조하면서 우수학생 유치에 안간힘을 쏟기도 했다.

지방 국립대 한 보직교수는 「지방 국립대의 한해 예산이 서울대 월동비와 맞먹을 정도」라고 옹색한 지방대의 살림살이를 호소했다.

정부 대학합동평가단이 조사한 전국 30개 표본대학의 연구비 지원현황을 보면 지방대학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서울대는 지난 90년대 한해동안 4백40개 연구과제에 1백30억원의 연구비를 정부기관으로부터 지원받아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3천만원,교수당 연구비는 1천5백만원이었다.

지방대학이지만 94개 과제에 63억원을 배정받은 포항공대의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6천7백만원,교수당 연구비는 3천9백만원으로 서울대를 상회했다. 그러나 7개 지방국립대의 평균 과제수는 1백32개,평균 연구비 총액은 14억원에 불과,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1천1백만원,교수당 평균 연구비는 4백만이 고작이었다.

이같이 연구비가 서울과 수도권 및 특정대학에 편중 지원됨에 따라 지방대학 교수들은 연구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각종 학술재단과 기업연구소,정부출연 연구소 등도 70∼80%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지방대학 교수들은 산학연구는 엄두도 못낼 뿐 아니라 학문정보에도 뒤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부설 연구소도 형편없이 부실하다.

전남대 이왕근 기획실장은 『대학연구소가 20여개 되지만 이공계열의 5∼6개 연구소를 제외하면 연구소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연구활동에 동등한 일부 교수들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연구 여건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습기자재 교체 필요

대학수준의 잣대인 도서관 장서수만 보아도 지방대학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부산대 59만여권,경북대 58만3천여권,충남대 46만8천여권 등으로 교육부의 장서 보유권 기준인 81만권을 채우고 있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지방대학의 연구기자재 보유현황을 보면 심각한 양상은 더 두드러진다. 비교적 사정이 좋은 편인 부산대 공대의 경우 차관으로 도입한 실험기자재 1천3백52점을 포함,3천1백여점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중 90% 이상이 노후해 정상적인 실험실습이 어려울 뿐 아니라,첨단 실습기자재는 구경하기가 힘들다.

91학년도에 개설된 K대 전자공학과의 경우 실험실습기자재 보유율은 0.5%에 불과하고 국립 C대의 전자공학과는 0%로 다른학과의 기자재를 빌려쓰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대학 교수들은 연구활동을 해나가면서 지방학자로서의 각종 홀대를 감수해야 한다.

부산대 정동현교수는 『중앙학회에서 의욕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어도 각종 세미나 등에서 주제발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각종 논문심사에서도 심사위원들이 대부분 서울소재 대학의 교수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실력이 있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푸대접을 이유로 최근에는 중앙학회를 탈퇴,지방 교수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학회를 구성해 독자적인 연구활동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취업장애에 대한 돌파구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모대학 사회학과대 P교수는 『92학년도에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의 수준의 모두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면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대분이 취업에 실패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쇄신운동 절실” 목소리

지방 사립대학은 재단,학교,학생간의 불협화음과 마찰로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마비시키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도 많다.

한편 재정 확보도 중요하지만 먼저 내실있는 교육여건을 대학 스스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영남대 이효수 기획처장은 『대학의 자율권을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정책으로 대학나름의 특성을 상실한채 단순히 학력고사 성적순으로 배열된 현재의 대학서열 구조속에서 지방대의 발전은 요원할 수도 있다』고 전제,『대학 스스로 양적 확대주의를 지양하고 경쟁적 체질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 오덕균총장은 『특히 지방 국립대는 정부의 미흡한 교육투자로 인해 사립대 못지 않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교육의 질적 우수성을 확보하려면 대학총장으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일대 쇄신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방대 「거듭나기」 결실/영남·조선대 예산 효율적 운용 20억 절감/연구·시설확충등 지원… 교육 내실화 꾀해

일부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주어진 여건속에서 대학운영을 활성화해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남대와 조선대 등은 궁핍한 사학의 재정난을 예산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남대는 지난해 예산 결산 분석위원회를 구성,예산관리를 철저하기 하기 위한 각종 지침을 마련하는 등 예산 운영상에 개혁을 시도해 92년 한해동안 무려 2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대학은 절감된 예산은 대학교육과 연구환경 개선에만 재투자하도록 원칙을 정하고 단과대학별로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투자가치가 높은 사업부터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학은 방만한 예산운영 방식으로 해마다 발생하던 예산 낭비요소를 상당부분 제거하면서 극심한 재정난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재정운영의 민주화,합리화,효율화 등 3가지 원칙에 따라 각종 소모성 경비와 경직성 경비를 과감히 삭감하는 한편 예산운영의 과학화를 위해 예산과목을 체계화하고 예결산 관련서식을 통일하는 등 각종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엄격하게 제거하고 있다.

학교는 예산운영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예산편성 집행과 운영게획 등 예산업무 지침까지 마련해 공개하는 등 대학 예산운영 관행을 깨면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조선대도 철저한 예산운영의 효율화로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 대학은 89년부터 전국 사립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예결산 내용을 전면 공개하는 공개 예산행정 정책을 펼쳐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속에 불필요한 경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함께 이제까지 은행만을 이용하던 예탁금 운영방식에서 탈피,제2금융권을 활용함으로써 지난해 1년동안 20억원의 초과수익을 올렸으며 주 5일 근무제 및 업무전산화 등으로 각종 경비를 절감,실험실습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조선대는 교수 공개채용제도를 정착시킨 88년이후 교내 학술연구비제도를 신설,올해 2억5천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6억여원의 기금을 확보해 교수들의 해외연수비로 사용하는 등 지방대학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별취재단

설희권차장·유승우·김현수·장현규·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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