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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92 대선 막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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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92 대선 막판 변수)

입력
199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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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자제」 불구 “깊숙한 뿌리”/「중립지」 늘어 승패 좌우 어려워「2김1정」 구도로 압축된 14대 대선에서도 지역주의에 의한 표의 분점현상은 어느정도 불가피한 투표결과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역대 선거결과가 그러했듯이 유권자들의 지역 이기주의적 정서는 이번에도 투표성향을 가늠하는데 있어 최우선적인 동기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고정화된 지역주의 정서가 이번 대선의 승패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지역대결구도가 두드러졌던 지난 13대 대선 때와는 달리 표면적이나마 지역반목 양상이 눈에 띄게 자제되고 있고 특별한 선거사고 없이 진행돼온 이번 선거과정이 그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민자당 후보나 김대중 민주당 후보 모두가 각각 상대의 기반지역인 영·호남 유세일정을 거의 마쳤지만 87년과 같이 돌팔매나 달걀세례 최루가스 등으로 유세장이 얼룩지지는 않았다.

이는 지역 대표성을 등에 업고 선거에 임한 「1노3김」의 87년 대선상황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양상이다.

3당 후보는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적진유세」에서 지역감정의 해소를 공약했으며 지역정서를 선거용으로 촉발시킬만한 「선공」을 극구 자제했다.

각 후보진영 모두 만에 하나 「지역바람」을 먼저 촉발시킬 경우 이것이 여타지역의 표몰이에 역기능으로 작용되리란 점을 십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같은 정황은 김영삼·김대중 양김후보 진영에서 훨씬 분명하게 감지된다. 이는 양김 후보가 이미 87년 대선을 통해 지역주의 선거에 따른 폐해를 누구보다 쓰라리게 체험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예컨대 87년 대선에서 지역감정에 먼저 시동을 걸었다는 지적을 받는 곳은 양김 진영이었다. 그러나 지역바람이 드세진 결과 오히려 득은 노태우후보에게 돌아간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양김주도의 지역바람은 「운명의 장난」이 된 꼴이었다. 「1노3김」이 경북·경남·호남·충남지역을 각각 전진기지로 삼았지만 선거결과는 경인지역의 몰표를 노 후보가 가져감으로써 승패의 명암을 가른 것이다. 경인지역은 서울(25.1%) 다음으로 많은 유권자(19.4%)를 가진 광범위 표밭으로 「1노2김」이 대동소이하게 나눠가진 서울표밭과는 달리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특히 양김 후보의 경우 지역주의에 편승한 승부를 겉으로는 일절 내색하지 않고 있다. 각당 후보 모두가 최후의 승부처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지역,좀더 넓게는 「중부권 표밭」을 상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출신 후보를 내지못한 대구·경북과 대전·충남권표의 향배이다. 각당 주장이 판이하긴 하지만 이들 지역이 지난 대선 때는 특정후보의 몰표 기반지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라는 요인이 지극히 제한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즉 부산·경남의 「김영삼표」와 호남의 「김대중표」를 제외하고는 지역주의라는 총체적 잣대로 이번 선거를 재단하기가 그만큼 어렵게 돼있다는 얘기이다.

이는 또한 이번 선거가 양김 격돌구도로 국한되지 않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존의 첨예한 양김 대립구도에 「1정」이 뛰어듦으로써 지역할거주의에 입각한 득표분석의 효율성은 대폭 줄어 버렸다.

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각 후보진영이 유권자들의 지역정서를 도외시한채 표몰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당사자인 「2김1정」 후보야 그렇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지구당 위원장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장에서의 득표활동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주 김영삼후보의 진주 유세에서 한 찬조연사는 『우리가 남이가』를 청중들앞에서 연발해 지역정서에 호소한 적이 있고 민주당의 P모,K모의원은 각각 『호남은 전원이 민주당원이다』 『전북은 민주당의 문전옥답이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주영 국민당 후보도 자신의 입을 통해 『나는 강원도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지극히 표피적인 예에 불과한 것이며 지구당 단위별로 이뤄지는 소규모 지원유세에서는 실제로 지역감정을 촉발시키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후보에 대한 과잉 충성과 대선이후의 입지를 겨냥한 경쟁적 득표활동이 지역주의의 부상을 충동질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때 지역할거주의에 의한 표의 흐름이 이번 선거에 결정적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얘기는 뒤집어보면 지역주의라는 요인이 우리의 선거문화에 있어 깊숙히 뿌리박혀 있다는 지적을 가능케 한다.<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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