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초점도… 최대 이슈도… “경제”/선거분위기 다소 성숙한국 대선을 바라보는 유럽의 시각은 대체로 경제적인 측면에 쏠려 있다. 이는 유럽공동체(EC)와 한국과의 관계가 아직까지는 정치적 파트너로서 보다는 주로 교역분야에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대선에 대해 유럽 각국의 정부 차원의 관심은 아직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주재 자국 공관과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등 한국의 새정부와 관계증진에 다각도로 대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프랑스와 영국·독일 등 유럽의 주요 언론도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특파원을 서울에 파견,한국 대선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유럽주재 공관의 한 관계자는 『유럽은 이번 한국 대선이 처음으로 민간 정치인끼리 경쟁하고 있다는 점과 선거결과가 한국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은 3당 후보 및 각당과 특별한 정치적 또는 개인적 유대관계가 없는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EC 관계는 기본적으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유럽 각국은 이번 선거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서방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선거결과에 대해 어떤 정치적 입장을 밝힐 이유도,부담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국과의 현안과 관련,프랑스와 독일이 고속전철사업을 의식,내심으로 선거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나라는 각 후보의 선거공약을 분석,일단은 민자당의 김영삼후보가 이 사업에 다른 후보보다는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그의 당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이다.
특히 한국의 고속전철건설 수주에 일찍부터 참여해 나름대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프랑스로서는 이 사업의 연기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 정부가 이 문제를 결정짓고 정권을 이양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에 한국의 차기 정부가 고속전철사업 자체를 백지화한다면 한국과 프랑스·독일의 관계는 차가워질 것이 분명하다.
지난 가을에 예정됐던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콜 독일 총리의 방한이 연기돼 있는 상태여서 차기 정부의 첫 정상회담은 이중 한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역시 고속전철사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의 교역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EC는 점차 한국을 주요 경제파트너로 인식해가고 있다. 이 점에서 좀더 자유경제를 지향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이해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과 EC의 교역은 수입과 수출이 각각 연간 1백억달러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EC는 한국이 좀더 정부 통제적인 경제정책을 탈피할 것을 바라고 있다.
한편 현지 언론들은 이번 한국의 대선을 보도하면서 그 특징으로 87년 선거와 달리 정치적 문제보다는 경제문제에 관심과 이슈가 쏠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누가 당선되더라도 가장 먼저 경제개혁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 장문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민주화의 문제는 더이상 선거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적 선거이슈의 등장이야말로 한국 민주화의 건강한 진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쿠데타나 군부의 개입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특히 정주영후보가 경제공약에서 공감을 얻고 있어 3당의 내부적인 여론조사 결과 지지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 결과 김영삼후보의 지지계층인 보수 중산층의 표를 잠식,양김씨의 균형을 깨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여론조사결과는 김영삼후보가 선두를 지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현대의 선거자금 유용에 대한 정부 조사가 정 후보의 기회를 빼앗고 있지만 국민당측은 이것이 오히려 정부에 대한 반발과 정 후보에 대한 동정을 야기,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은 3당 후보를 모두 중도우파 성향으로 간주하고 있어 선거결과가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관심은 한국의 차기 지도자가 어떤 경제개혁을 통해 어려움에 직면한 경제를 회생시키려 할 것인가에 쏠려 있으며 그것이 개방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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