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9사꼴로 부도… 연말 1만개넘어 설듯/자금난에 정책금융도 담보없이 “그림의 떡”중소기업의 도산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망중소기업인이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터지자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이 파탄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의 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중소기업지원제도와 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29개 꼴로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진다면 정부가 만든 중소기업 관련제도와 정책이 현실을 도외시한 허황된 것이거나 어딘가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증명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들어 10월말 현재 경영난으로 부도를 낸 중소기업은 모두 8천7백26개사로 하루 평균 29개사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연말까지 부도기업수는 사상 처음 1만개를 넘어설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반영,어음부도율도 0.15∼0.17%에 달해 지난 82년이래 최고의 부도율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사면초가의 벼랑에 서있다는 것은 중소기업인의 잇단 자살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가스압소버(자동차의 충격흡수장치)를 자체 개발,생산하던 한국기체공업(주) 대표 구천수씨가 부도를 낸뒤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긴채 서울 남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8일 천안에서도 주방용품 도매상을 하는 (주)동우실업대표 우인식씨가 역시 목을 매 자살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천안공단내 성환공작소 대표 김종일씨가 빚을 지고 고민하다 목을 매 자살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정부당국자가 말끝마다 중소기업을 되뇌일 만큼 중소기업우선육성시책을 펴고 있는데도 중소기업이 수없이 쓰러지고 전도유망한 중소기업인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정부시책에 구멍이 뚫려도 큰 구멍이 뚫린게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뿌리요 바탕이다. 듣기 좋은 말만이 아닌 각종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90년말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수의 98.3%,고용의 61.7%,생산의 42.7%,부가가치의 44.3%를 점유하고 있다. 수출에서도 중소기업의 비중이 지난 85년 27.8%에서 91년 39,9%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낮은 수준이다. 인구 1천명당 중소제조업 체수가 90년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6개인데 비해 일본은 3.5개,대만은 7.6개다. 생산액비중도 우리나라가 42.6%로 일본의 51.8%,대만의 49.6%에 비해 낮다. 그만큼 우리경제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관계전문가들은 중소기업정책의 최대 맹점을 금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약속해도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을 고집하는 한 주소기업의 자금난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밖에 대기업의 중소기업제품기피에 따른 판로 확보의 어려움,여전히 까다롭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중소기업지원제도 등등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요소들은 수없이 많다.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이같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중소기업에 직접적인 도움과 혜택이 돌아가도록 중소기업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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