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임직원 13명·수배 18명등 78명 곤욕/생산구조 특성따라 선 굵고 투박·저돌적/정 대표 속마음까지 읽어/이병규특보/사우디 대역사 1등 공신/음용기사장/그룹내 호남권 대표주자/최수일사장현대그룹이 정치권의 난기류에 휘말려들면서 「현대맨」들의 수난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3.24총선에 이은 「제2의 수난」이다.
8일까지 이번 대선과 관련해 구속된 현대 임직원은 모두 13명. 이중에는 음용기 현대종합목재 사장 등 핵심임원 7명이 포함돼 있다. 또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이 최수일 현대중공업 사장 등 8명,수배된 사람은 김형벽 중장비 사장 등 18명이며 입건된 사람이 20명,소환대상자가 19명 등이다. 모두 78명이 당국의 조사대상이 됐다.
지난 3.24총선 때도 박세용 현대종합상사 사장과 송윤재 대한알루미늄사장 등 거물급 전문경영인이 구속되는 흥역을 치렀다.
이처럼 현대맨들이 다른 기업에 비해 사건때마다 호된 흥역을 치르는 것은 현대맨 특유의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알반적인 시각이다.
현대맨들에 대한 세평은 대체로 선이 굵고 투박하며 저돌적이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평가는 세련되고 조직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삼성맨」의 이미조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국내기업의 양대 이미지로 대표되고 있다.
현대맨의 개성은 37조원에 이르는 연간 매출액의 대부분을 건설,자동차,조선 등 중공업 상품들이 채우고 있는 생산구조의 특성으로부터 유래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같은 그룹이미지에 기초해 현대맨들은 그룹이 사활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남다른 투혼과 애사심을 발휘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행동방식이 직선적이고 의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돌발사태시 회사와 상사를 위해 일부의 오해마저 감수하고 자기희생을 불사한다는 것.
의리중시 분위기 때문에 창업자가 발굴해 제2의 실력자로 키운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이 30년 가까운 회사생활을 청산,창업자와 결별했을 때 회사안에서 이 회장의 명망을 인정하던 후배들조차 차가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구속되거나 수배된 사람들도 이같은 분위가가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현대맨들이다.
수배중인 이병규 대표특보(39·전비서실장)는 현대그룹내 직급으로는 이사급이지만 지난 77년 입사직후 줄곧 정 대표의 비서로서 15년동안 일해왔다.
눈빛으로도 이심전심이 가능한 정 대표의 분신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 이 때문에 경찰이 이 특보에 대해 수배령을 내리자 『안방까지 치고 들어온다』고 주변에서 말할 정도.
서울고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의 이 특보는 유창한 영어실력에 묵직한 입,굵직한하면서도 맑은 버리톤음성,치밀한 업무 능력,술자리에서 잔없이 양주 한병을 비우는 술실력 등으로 주변으로부터 일찌감치 큰그릇감이라는 인정을 받아왔다.
특히 이 특보는 정 대표와 온갖 얘기를 주고받으면서도 쓸데없는 말이 밖으로 일체 흘러나가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현대맨 전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구속된 음 사장은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마친후 현대건설에 입사,창업주와 함께 해외공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음 사장은 특히 정 대표가 제일 자랑으로 여기는 사우디의 주베일 항만공사를 따내는 데 핵심역할을 한 「주베일공신」이다.
지난 총선때 구속됐던 박세용사장도 마찬가지로 「주베일공신」중의 한 사람이다.
수배중인 최수일 중공업사장은 광주고 서울상대 출신으로 회계 경리 사이드에서 성장해온 인물로 현대그룹내에서 호남권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그룹살림을 총괄하는 종합기획실 실장자리는 지난 5월 이현태 전실장이 수배된데 이어 어충조실장도 이번에 수배돼 연이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전 실장은 7개월째 해외에 머물고 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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