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의 공방으로 종반에 접어든 대통령선거 운동이 난기류에 휘말려 들었다. 현대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간부 사원의 구속이 잇닿는 심각한 양상이다. 더불어 경찰은 금권선거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현대그룹 간부사원 7백명과 그들의 부인까지 미행 감시함으로써 당사자들의 반발과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보도된대로라면 경찰청은 며칠전부터 기동 근무조를 편성,현대그룹 임직원들의 국민당 지원을 봉쇄하기 위해 24시간 전담 감시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 사장단 회의는 「경찰의 행위는 기업의 정상적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특정기업이 그들의 자금과 인력을 동원하여 특정정당을 지원하는 불법적인 사태는 당연히 저지되고,비난받아야 한다는데 대해 공감한다. 그같은 불법행위가 음성적으로 자행되었다고 해도 관용의 여지는 없다고 본다.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는 그런 점에서 나무랄 일이 못된다. 그러나 불법을 방지하고 제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취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당성이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바로 이 점에서 「과잉」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구체적인 사안도 없이 막연한 혐의로 기업의 간부들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며 사생활에까지 위협을 느끼게 하는 처사는 확실히 공권력 행사의 남용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한다. 뚜렷한 불법 혐의가 없는 한 기업의 활동과 개인의 사생활을 제약하는 미행감시는 경찰과 기업의 불필요한 소모만을 증가시킬 따름이다.
선거철의 경찰력이 지나치게 「현대」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유세장의 평온과 후보들의 안전에 민생치안의 대과제가 겹쳐있는 어려운 시기임은 경찰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줄 안다. 경찰력이 이렇게 분산되는 것은 국민에게도 불안감을 주는 일이다.
경찰은 언제나 그렇듯 눈에 안띄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예방활동에 철저한 것이 업무수행의 본령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마찰과 잡음없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기업과 정당의 활동이 명쾌하게 구분됨이 마땅하듯이,기업의 사원으로서의 정당한 활동은 정치와 구별해서 보장됨이 마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경찰과 기업의 필요이상의 마찰과 대응으로 서로 상처와 피해를 입는 불행은 아무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감정의 앙금까지 생긴다면 그 흠집의 치유가 오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없지 않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선거전은 이제 마지막 열흘을 남겨둔 막판이다. 이 때에 과열현상이 자제되고 반성되지 않는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24시간 미행」과 같은 시대역행적인 일보다는 보다 차분하게,그리고 보다 합리적으로 사태에 대응하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선거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에게 냉정과 침착이 가장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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