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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넘어가는 국산영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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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넘어가는 국산영화(사설)

입력
199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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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은 미국의 영화 직배사들이 상륙하기 시작한 88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올해의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한국영화의 숨이 넘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현상을 목격하게 됐다.이번 대목의 경우 스무군데 남짓의 서울시내 개봉관에 선보일 영화 가운데 국산은 단 한편인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일보 5일자 석간 6면 보도).

지난해의 연말대목에 3편,지난 여름방학 대목에도 3편의 국산영화가 소개됐던데 비해 한국영화의 내리막은 그만큼 막다른 골목에 닿은듯한 느낌이다.

또한 유일한 국산영화 「그대안의 블루」는 신인감독의 작품이다. 국내영화 산업의 부진으로 제작의욕이 떨어진 것을 반영한듯하다.

한국영화를 밀어낸 수입영화들은 미국의 거대한 영화산업이 내보이는 히트작품 뿐만은 아니다. 국내 극장가에서 짭짤한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는 홍콩의 오락영화들이 이번 대목에도 국산영화를 밀어내고 있다.

미국의 직배사들은 지난해 전국에서 5백억원 가까운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나마 94년부터는 미국의 직배영화가 전국의 극장에서 동시상영돼 시장점유율이 70%로 올라가리라는 예측이다.

미국의 영화 때문에 국내영화가 설 땅을 잃어가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콧대높은 프랑스를 비롯해서 유럽에서도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문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제 영화산업은 거의 말라 죽어가는 듯한 상황에까지 왔다. 논쟁만 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선 한국정도의 경제규모에서 종합촬영소 하나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 문화정책의 근본적인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96년 완공목표로 남양주에 짓고 있는 촬영소의 건설공정을 앞당기고,완공 이전에라도 일부 가동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생산시설에만 잇는 것이 아니다. 업계의 경영구조나 배급망 등 종합적인 근대화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영화산업은 본질적으로 「아이디어산업」이다. 구상에서 각본과 연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요소들이 창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빛을 보게 되는 지적인 소산이다.

영화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제작여건을 업계와 정부 뿐만 아니라,작가·예술인들이 종합적으로 재평가하고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전파매체인 텔레비전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논쟁을 그치고 한국영화 재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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