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통치권 행사 「낙선 대통령」 무색【워싱턴 = 정일화 특파원】 4일 전국에 TV로 현장 중계된 가운데 미군의 소말리아 파병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부시대통령의 모습은 레임덕(절름발이 오리)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미군이 왜 소말리아에 파병돼가야 하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했는데 임기 불과 1개월 남짓을 남겨놓은 낙선 대통령 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큰 맹점의 하나로 지적돼 온것이 바로 레임덕 기간이었다. 후임 대통령이 11월 3일 선출되면 현직 대통령은 정권교체 업무에 곧바로 들어 가면서 실상 대통령 위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부시처럼 재선에 실패한채 상대방 정당에 정권을 넘겨줘야 하는 경우는 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금세 초라해 보이고 이 정권 교체 기간중에는 행정부의 권위가 서지않아 나라전체가 허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11월 선거 패배후 적어도 두가지의 중대한 통치권을 행사함으로써 레임덕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첫째는 지난 11월 5일 발표한 유럽과의 무역전쟁 경고 조처였다. 그는 유럽이 만일 콩 등의 식용기름 농산물에 대한 무역장벽을 헐지 않으면 유럽산 백포도주 등에 2백%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는 한달간 여유를 주면서 이 기간에 유럽이 농산물 수출 보조금 등의 철폐를 수락하지 않으면 결국 보복 관세의 시기로 접어들지 않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언했었다. 부시대통령의 이같은 무역전쟁 경고는 큰 성과를 얻었다. 유럽은 농산물 보조금 제도를 미국의 주장대로 연차적으로 삭감하기로 함으로써 무역전쟁이 터지지 않았던 것이다.
두번째는 바로 4일 발표된 미군의 소말리아 파병에 관한 결정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소말리아 사태는 화급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 소말리아의 기아는 벌써 1년 이상 전부터 세계적 뉴스거리였으며 전통적 외교관념으로 본다면 소말리아가 미국의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도 없어 레임덕 대통령이 서둘러 파병을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부시는 11월 25일 유엔 사무총장에게 소말리아의 질서유지를 위해 미군을 파병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결국 부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군의 파병이 결정된 것이다,
부시대통령의 이같은 통치권 행사가 클린턴대통령 당선자와 어떤 사전조정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무역 전쟁경고 조처가 부시대통령에 의해 발표됐을때 클리턴은 『미국에는 대통령이 한 사람밖에 없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처사를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비록 부시대통령이 클린턴 당선자에게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법적으로 잘못이 없기때문에 만일 클린턴이 이의를 제기해봐야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1월 20일로 고정된 것은 플랭클린 루스벨트 시대였다.
부시대통령이 레임덕 기간중 행한 두번의 통치권 행사를 대체로 미국인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거에 진후 어개가 처진채로 지내는 대통령보다는 막중한 책임을 적극 수행하는 대통령이 믿음직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시대통령은 국내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대지않은채 국제문제에 대해서만 통치권을 행사했다. 그가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인사개입이나 기업특혜 등에 개입했더라면 미국 여론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레임덕 이지만 미국대통령 으로서의 통치권 행사에서는 레임덕 이기를 거부하는 부시의 태도는 교체기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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