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모든 업무 사실상 마비/각종 특검에 금융시장 극도위축/수출 크게 둔화… 증시도 엉망/내년 투자계획은 손도 못대/대선후 엄청난 후유증 예고금권 선거방지를 위한 검찰·경찰·국세청·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 등 정부 당국의 현대그룹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본격화 되면서 경제계 전체가 중심을 잃은 채 술렁거리고 있다.
금권선거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현대그룹은 계열사 전체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 연말 대목을 앞둔 상태에서 생산활동과 수출업무 등 일상적인 회사경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여타 재벌들도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무작정 미뤄 놓은 채 대선 동향과 현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일손을 놓고 있다. 주가 폭락과 금리불안 등으로 금융시장도 술렁거리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후발개도국들에 맹추격을 당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정치바람에 휘말려들어 황금같은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로인한 경제의 혼란·정체는 올해 연초 총선 바람이 불면서 부터 약 1년동안 계속되고 있어 대선이 끝나더라도 엄청난 후유증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과거 「5·16」이나 「10·26」 등의 정치적 사건도 경제 흐름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기도 했으나 곧 회복됐었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정체는 질적으로 다르다. 거의 1년 내내 경제가 대형 정치 사건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온갖 폐해를 노출시킨터에 이번에는 대선 회오리에 휘말려든 것이다. 몸(경제지표)은 물론이고 마음(경제하려는 의지)까지 모두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연말부터 터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계진출 ▲국세청과 현대그룹간의 「세금전쟁」 ▲현대그룹 금융 제재설과 현대그룹의 자해부도설 ▲「3·24 총선」을 전후한 경제교란 현상 ▲박태준 포철회장 파동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파동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 ▲현대그룹의 금권선거 지원협의 수사 ▲12대 대통령 선거 등 좋든 싫든 간에 대형의 정치적 이벤트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정보사 땅 기사건 CD(양도성 정기 예금증서)사건 등 대형 금융사고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증시가 춤을 추는 등 금융계가 휘청거리고 있고 수출·경제성장·설비투자 등이 극도로 위축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현대그룹에 대한 정부당국의 금권선거 지원혐의 전면조사는 정경유착보다 더 위험한 정경일체 현상을 차단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어서 불가피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파급효과가 적지 않아 경제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재별그룹인 현대그룹에 대한 자금추적은 금융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어 연말 자금성수기에 긴장감이 돌게 하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 전체의 업무마비는 현대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 실물경제 부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대그룹의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벌써 연말 대목을 걱정하고 있다.
수출도 엉망이다. 지난 9월 11.0%의 신장세를 보였던 수출신용장 내도액 신장률이 10월 2.7%로 하락한데 이어 11월에는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12월 수출액도 지난해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현대그룹을 보면 수출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룹계열사 수출을 90%이상 대행하고 있는 현대 종합상사의 경우 지난 11월의 수출액이 6억8천6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7.4%나 감소했다.
연말들어 회복세를 보였던 주가도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7백선 가까이 접근했던 종합 주가지수가 5일에는 6백23까지 떨어졌다.
대권주자 모두 말로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고 있는데도 정치권 모두가 결과적으로 경제를 망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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