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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당당하게 제시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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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당당하게 제시해야(사설)

입력
199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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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책임제로의 개헌문제가 중요한 선거쟁점의 하나로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내가제로 바꾸는 것은 국가의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함은 물론 이에 따라 국가경영과 정치운영 전반에 있어 일대전환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중요한 사안이라 하겠다. 다만 이처럼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일부 정당이 오랫동안의 연구와 검토 및 진지한 당내 토론을 거쳐 공약과 정책으로 제기한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방편과 고려아래 나온 인상이 짙어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실천의지가 확고하게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하겠다.이번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밝혀진 내각책임제에 대한 각당 후보들의 의견은 서로 다르다. 김영삼 민자당 후보는 불고려 입장을 거듭 확인한 반면 김대중 민주·정주영 국민 양당 후보는 찬성하고 있다. 즉 김대중후보는 『오는 96년 15대 총선에서 국민이 내각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면 대통령의 잔여임기를 포기하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했으며 정주영후보는 『집권 2∼3년내에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김·정 두후보의 내각제 지지가 장래 국가발전 등 국가적 대계보다 대선에서의 득표 등 당략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지금까지 줄곧 대통령중심제를 확고하게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김대중후보는 6공초 당시 민정당이 내각제 등을 주장하자 10월 민주항쟁의 교훈을 잊은 처사라고 비난했다가 89년들어 『검토할 수 있다』고 한걸음 물러났고 3당 합당후에는 다시 강경한 반대입장을 지켜왔으며 정 후보 역시 창당이래 계속 대통령중심제 소신을 견지해왔음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같은 반대입장이 「내각제 고려」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뀐 것은 내각제를 지지하는 민자당내 구 민정계 세력과 날로 늘고 있는 내각제 지지층을 흡수,반김영삼 분위기를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또 국민당 역시 「내각제 추진」으로 특히 민자당 이탈파와 새한국당 세력을 유인하려는 계산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선되면 거국내각을 구성,다른당 소속 인사들을 상당수 기용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각제는 단순히 권력구조,통치구조를 개헌으로 바꿨다고 원만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지방자치의 실시,선거제도의 개혁,권위주의적인 정부운영의 체질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 바로 이런 점들을 고쳐야만 내각제의 진가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내각제를 채택할 경우 여야 대립과 정쟁으로 인해 정국불안만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근년들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내각제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가 근 50%에 육박할 정도로 날로 높아가고 대선 후보들이 이를 감안하여 내각제 수용을 천명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내각제를 제기한다면 단순히 득표라는 단기적 목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성실하고 폭넓은 검토를 통해 당당하게 제기돼야 한다.

즉 내각제 개헌의 실시시기와 함께 개헌안이 통과됐을 때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에 나설 것인지 여부 등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 막연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만 할때 새정치권 출범부터 내각제 논쟁으로 정국 불안만을 가중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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