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서울을 세계음악 중심지로”/음악원 첫 응시수준 대체로 만족/유명음악가 초빙 특별레슨 계획/매년 국제 콩쿠르 개최·직업교향악단도 검토중/어려운 학생엔 장학금… 교사문제 원만해결 희망▼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첫 시험이 있었는데,응시한 학생들의 수준은 어땠습니까. 또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학생을 선발하게 됩니까?
『모두 7백34명이 응시했는데,뛰어난 학생도 많았으나 전반적으로 수준이 고르지 못했습니다. 기악과 성악과 작곡과 지휘과 등 4개과의 정원이 1백33명이지만,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우수한 학생만을 선발하다보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대 재학생이 47명 응시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인데,서울음대에서 우리학교의 바이올린 주임교수로 온 김남윤교수의 서울대생 제자 4명이 응시하는 등 지도교수를 따라 학교를 옮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학생들 중에는 국제콩쿠르 참가자 등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다수 있으며,연주가로 대성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음악대학보다 우리학교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학교는 실기중심의 교육기관이므로 실기 90% 내신 10%로 학생을 선발하며,실기시험도 기본실기 1회,전공실기 2회를 치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늘 부정시비가 있었던 실기시험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교수들과 외부 음악인들로 심사팀을 짰고,입시사상 처음으로 실기시험장을 학부모에게 공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 1차 실기시험에서 정원의 2배 정도를 뽑고,오는 10일부터 2차 실기시험을 치르는데,2차시험에는 더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 미국 독일 일본 헝가리 폴란드 등의 음악인 15명을 각 전공별 심사위원으로 초청했습니다. 다른 대학과 우리 학교를 복수지원할 수는 있지만,우리학교 면접시험일인 22일이 타대학 학력고사일이기 때문에 2차실기시험에 합격한 학생은 이날 진학할 학교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동안 서울대 교수로 학생을 선발해왔던 경험에 비추어 응시생 수준에 대체로 만족합니다』
▼예술종합학교를 설립한 목적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 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정규교육의 틀속에 가두지 않고 실기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인데,영재개발 과정에서 학생을 선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학생을 선발안한 것이 아니고 못한 것입니다. 지난 8월 영재선발 시험에는 1백24명이 응시했는데,영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학부모들과 우리 교육자들 사이에 의식의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재반 응시자격은 중3에서 고2까지였는데,지원자들중 서너명은 대학생 수준 정도의 기량을 보였으나,영재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심사는 교수 7명이 전원일치제로 했는데 결국 한명도 못뽑았습니다. 영재란 상대적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우수하다는 정도가 아니고,절대적인 천재성을 지닌 학생을 뜻하는 것입니다. 영재 과정에 입학한 학생이 만일 영재가 아니고 단지 남보다 우수한 정도일때는 그 학생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상적인 고교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주가가 되기위한 교육만을 받은 학생이 음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그는 다른 진로를 찾기가 매우 힘들 것입니다. 영재를 안뽑았으니 영재교육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으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년 여름방학부터 유치원에서 대학 입학전까지의 학생을 상대로 실기연수과정을 시작하는데,실기테스트에 합격하면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주말과 방학에 우리학교에서 집중적인 실기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영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수진은 어떻게 짜여져 있습니까.
『전임 21명,강사 30∼40명,초빙교수 7명선으로 우선 시작하게 됩니다. 바이올린에 김남윤·배익환,첼로 정명화,성악 김영미,피아노 이경숙·강충모,작곡 이건용·유병은,지휘 정치용씨 등으로 교수진이 짜여졌고 김영욱·정명훈씨는 초빙교수로,정경화씨는 명예교수로 한국에 올때마다 학생들을 지도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년에 한두번 레슨을 받더라도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얼마든지 평가받을 수 있고,유익한 조언을 들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 유명한 해외 음악가들을 더 많이 초빙교수로 모실 생각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음악교육은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한 학생들이 음악공부를 하기 힘듭니다. 예술종합학교가 앞으로 가난한 예술학도들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많이 마련하고,실기과정에 뽑혀서 우리학교 교수들에게 레슨을 받는 학생들은 과다하지 않은 레슨비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교발전을 위한 후원회를 조직하여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교수 연구비,국제콩쿠르 등의 행사,연구소 운영 등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예술종합학교 설립은 음악계의 오랜 숙원이었는데,앞으로 어떻게 키워나갈 생각입니까.
『우리나라 학생들이 음악교육을 받기 위해 굳이 외국에 갈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이고,한걸음 더 나아가 외국학생들이 수준높은 음악교육을 받기 위해 우리학교로 오게 하는 것이 2차 목표입니다. 「서울을 세계의 음악 중심으로 만들자,또 하나의 비엔나로 키우자,세계의 음악지도를 바꾸자」는 것이 우리학교의 꿈입니다. 허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앞으로 10년안에 그 꿈이 가시화될 것입니다. 우선 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한 한국인 음악가들이 거주지를 서울로 옮기기만해도 서울이 음악의 중심지가 되는데 효과가 클 것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더라도 일년에 한두달 서울에서 산다면 그들에게 배우고자하는 세계의 음악도들이 서울로 몰려올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볼때마다 고국에 거주지를 정하고 일년에 단 몇주라도 우리학교에서 가르쳐 달라고 설득하곤 합니다. 이름있는 국제콩쿠르를 키워가는 것도 우리학교의 중요한 계획이며,서울을 음악의 중심지로 만들어가는 행사입니다. 또 우리학교 학생과 졸업생들로 직업교향악단을 만들어 훌륭하게 키워갈 생각이며,음악문화발전연구소를 설립할 것을 검토중입니다. 이런 연구소가 생기면 음악적인 소질과 성취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테스트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예능교육열이 유난히 높지만,소질을 테스트하는 객관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강압적인 교육을 맹목적으로 밀고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에서는 음악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테스트를 거쳐서 소질을 확인하기 때문에 무리와 낭비가 적습니다』
▼예술종합학교 출신중에서 연주가로 성공하는 사람은 결국 소수에 그칠 것입니다. 나머지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어떤 배려를 할 생각입니까.
『세계의 많은 음악학교들이 영재를 키우기 위해서 교육을 하지만,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영재를 더 많이 배출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음악학교들 중에는 애초에 없었던 학위코스를 개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주활동 이외의 진로를 열어주려고 노력하는 곳도 있습니다. 나는 예술종합학교 계획에 일찍부터 자문위원으로 참가했는데,연주가로 성공하지 못하는 인재들을 음악교사로 양성하기 위해서 음악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연구할 문제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향악단을 만들어 솔리스트로 나가지 않는 인재들을 받아들일 생각이며,그밖에 우리가 배출하는 음악인재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를 계속 개척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가지 학부모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학교를 자녀를 진학시킬 또 하나의 학교정도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학교는 단순한 진학대상이 아니고,예술가라는 고된 길을 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라는 점을 인식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술의 전당을 교사로 사용하는 문제로 말썽이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내년에 미술원이 설립되고 앞으로 무용·연극·영상·전통예술원이 계속 설립될 것인데,예술의 전당은 어디까지나 음악원의 임시교사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희망은 학교가 서울에 위치하여 공연예술의 현장 가까이에 있어야겠다는 것인데,학교 부지문제로 문화부와 건설부가 협의중입니다. 내년봄 개교를 해야하므로 우리는 예술의 전당 사용문제가 하루빨리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반대학과 예술종합학교는 어떻게 각기 특성을 살려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선 음악원과 음악대학을 예로 든다면 연주가가 되려는 사람은 음악원에서 공부해야 할 것이고,음악대학은 음악학자 교사 평론가 전문기자 등 비실기 요원을 주로 양성하게 될 것입니다. 음악원이 수용하는 학생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당장 그런 흐름이 나타나지는 않겠지만,예술교육에서 실기와 비실기를 구분해서 생각하는 전기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초대 교장으로 개교를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교수요원 확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력서는 수백장이 쌓였고,자천 타천 후보는 많았으나 우리가 원하는 교수를 모시기는 어려웠습니다. 처음 이런 학교를 만드는 만큼 정부부처들간에 의견이 상충되는 경우도 있었고,또 예술가들끼리 의견이 다를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일수록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하고 있고,불협화음은 반드시 해결점을 찾는다는 음악세계의 진실이 조직체의 형성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