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막걸리·고무신선거는 옛말”/선심관광에 호텔향응도 예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막걸리·고무신선거는 옛말”/선심관광에 호텔향응도 예사

입력
1992.12.04 00:00
0 0

◎소득수준 맞춰 탈법금품 고급화 추세로/비누·수건·도자기서 최근 시계까지 등장○나일론 보자기·한장짜리 달력은 사라져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선거때 유권자들에게 제공되는 금품의 내용도 급속히 고급화되고 있다. 금품제공의 내용이 40∼50년대의 막걸리·고무신에서 지금은 시계·선심관광 등으로 변한것.

이러한 선거운동 세태는 비록 불법적인 것이긴 하나 우리나라 현대경제사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금품 향응제공의 메뉴를 연대별로 보면 광복후 50년대까지는 당연 막걸리와 고무신이 으뜸이었다. 생활형편이 몹시 어려웠던 그 시절에는 많은 유권자들이 귀중한 「한표」를 부담없이 고무신 한 켤레와 교환했다. 선거판에는 으레 막걸리판이 벌어졌다. 막걸리 선거니 고무신 선거니 하는 자조적인 말이 거리낌없이 통용됐다. 짚신이나 맨발로 걸어다녀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고무신만큼 요긴한 것이 없었을것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 쥐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막걸리나 실컷 마셔볼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선거때였다.

60년대에 새로 등장한 메뉴는 밀가루. 미국으로부터 무상 지원받은 밀가루·우유가루가 대량 공급됐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도시영세민과 농민들에게 밀가루 한 포대는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야당에서 당시 박정희대통령을 「밀가루 대통령」이라고 비아냥거린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또 술판에는 막걸리와 함께 소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각 정당의 후보이름과 정당마크가 인쇄된 한장짜리 달력이 거의 집집마다 제공된 것도 이무렵이다. 달력제공 능력이 없으면 출마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될 정도로 달력은 유권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70년대는 71년의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유신조치가 취해져 정치판이 냉랭했다. 그러나 열기가 빠진 선거판에도 소주와 막걸리 잔치는 어김없이 벌어졌다. 이때 특이한 것은 화학섬유 산업의 발달로 후보 이름과 정당 이름이 새겨진 나일론 보자기가 유행했다는 것. 이 보자기는 책보·도시락보 등 다모적용으로 사용됐다.

정치활동이 자유스러워지기 시작한 80년 후반의 선거에는 비누·수건·도자기(접시) 등이 유권자들에게 제공됐다. 경향각지를 막론하고 선거운동에 맥주가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다. 막걸리가 드디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특히 호텔이나 고급음식점에서의 향응제공도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금년봄의 총선에서는 10여전만해도 귀중품으로 여겨졌던 시계가 선거운동용으로 사용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소위 「03시계」가 말썽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당원교육이라는 명분아래 대규모 산업시찰과 선심관광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먹는 문제(식)와 입는 문제(의)가 해결되면서 이제는 액세서리 제공과 여가활동 등이 주요한 선거운동 방법으로 동원되고 있는것. 이에 반해 집문제(주)는 아직도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아파트 반값」이 뜨거운 선거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이백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