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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준은…/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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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준은…/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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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휘트먼 로스토는 경제발전 단계론을 제창해 유명해진 미국의 경제학자다. 로스토는 경제성장의 단계를 ①전통사회의 단계 ②도약준비단계 ③도약의 단계 ④성숙의 단계 ⑤중대적 대량소비단계 등 5단계로 나누고 있다.그러나 많은 정치학자들은 로스토의 발전단계론을 토대로 하면서도 신생독립국가의 발전단계를 4단계로 구분,보다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그 단계에 따라 보다 적합한 정치지도자의 자질과 리더십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4단계론에 의하면 제1단계는 독립주권국가를 수립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중앙집권적 권력이 형성되고 산업화의 선행후건을 준비하는 시기로,우리의 경우는 48년 건국에서부터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착수됐던 64년까지가 이에 해당된다고 보는 학자가 있다.

제2단계는 근대화·산업화를 주축으로 하여 국가발전을 추진하는 시기다.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와 리더십이 산업화 제일주의를 밀어 붙이는 것이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의 65년∼85년까지를 이 단계로 구분한다. 제3단계는 국민들의 민주적인 저항이 더이상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져서 정권이 그 요구를 수용,민주화가 정착하기 시작하게 되는 시기다. 우리에게서 87년의 「6·29선언」은 제3단계 진입의 시발점이라고 보며 2천년초까지 이 단계에 속한다는 논리다.

제4단계는 가치의 분배가 국민의 최대관심사가 되며 그 결과로 권력과 부의 편중이 완화되면서 고도의 대중 소비단계를 거쳐 탈산업화시대로 진입하게 된다는 시기다.

정치학자아니 한승조교수는 제1·2단계를 산업화 전기로,제3·4단계를 산업화 후기로 크게 구분한다. 그는 전기에는 민주정치제도가 있어도 형식에 그칠 뿐이며 실제로는 권위주의 체제와 리더십이 모든 것을 압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후기에 들어서야만 중산층이 형성돼 권위주의적 권력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증가하게 되면서 민주화과정이 정치불안·경제불안·사회무질서를 야기해 새로운 민주정치체제는 또다른 정치위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6·29선언」 이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정치지도력 부재현상에 대한 실감나는 해석인 것 같아,공감이 가는 측면이 적지 않다.

이같은 국가발전단계론적 시각을 구태여 적용하지 않더라도,우리가 맞게 될 21세기는 「민주화 투쟁이 어떻고」 「누가 더 투쟁적이었으냐」는 식의 논란이나 되풀이하면서 정치·사회적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나라경제」를 더이상 제물로 삼으며 질척대고 있을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오는 18일 선거로 뽑힐 대통령의 책무야말로 코앞으로 다가선 21세기를 대비할 통치자다. 산업화 후기 즉 성숙한 단계의 정치과업을 담당해야 할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할 지도자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의 대통령을 뽑는 일보다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선거인 것이다.

그 선택의 기준은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대목은 와해된 민족공동체 의식을 회복시켜 땅에 떨어진 도덕성과 질서의식을 되찾게 해야 한다. 정직·근면·성실한 사람이 잘 살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부정적 심리에 젖은 젊은 세대들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지도록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를 놓고 한표를 행사할 선택의 기준을 세운다면 도덕성·지도자적 자질·역사의식과 과업선정에 대한 인식도·조직관리 및 문제해결능력·지지기반과 사회적 이미지·보좌하는 인적 구성원·사회개혁에 대한 비전·지도전략과 기법 등을 따져보고 표를 찍어야 할 것 같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지도자가 없다면 차선이 누구인가를 택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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