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간 무력충돌 계속 올해만 30만명 사망/구호물자 절취 극심… 군사개입외 대안없어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2일 소말리아에서의 다국 군사활동을 승인하는 결의안에 합의한 것은 신이 외면해 버린 이 땅을 인간만은 외면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의지표현이다.
미·영·불·중·러시아 등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이날 합의한 결의안은 세계 최대의 재앙지 소말리아에 대한 인도적 구호물자를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해선 무력사용외의 대안이 없다는 국제사회의 절박한 현실인식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3∼4일중 안보리 15개국 전체회의에 상정돼 토의를 거친뒤 정식 채택될 이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들이 소말리아에 구호물자가 인도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다. ▲회원국들에 병력차출을 촉구한다 ▲관계국들이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과 협의해 다국군을 지휘통제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승인한다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단호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다국 군사활동이 뜻한 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의안 합의를 주도한 미국은 당초 유엔 깃발아래 미국이 군사지휘권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파병을 추진했다.
미국이 세운 작전은 크게 2단계. 우선 2∼4개월에 걸쳐 무장병력이 항만과 공항 등 주요 거점을 장악한뒤 2천명 규모의 미 해병대 지원하에 미군 등이 현지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해병 1천8백명과 헬리콥터 23대를 실은 상륙함 3척을 이미 소말리아 연안에 배치해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말리아판 사막의 폭풍작전」에 대해 일본과 독일 등 유럽국들이 전투가 수렁에 빠질 것을 우려했고 제3세계국가들이 역시 주권 침해를 이유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소말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담당자들조차 무장항쟁중인 부족들이 합세해 유엔 구조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파병 구상안을 경계했다.
적에 대한 공격만으로 끝난 걸프전과 달리 유엔 구조활동과 군사작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유엔을 표적으로한 공격을 유발시켜 원래목적인 구호활동조차 못하게 되는 본말전도사태를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일단 미군에 군통제권을 주지않는 선에서 미국의 초안을 중심으로한 결의안에 합의하게 됐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수천명씩 아사하는 소말리아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선 구호식량의 안전한 공급선 확보가 지상명제인 만큼 결국은 미국의 구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군사작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엔군으로 유일하게 현지에 파견돼 있는 파키스탄군이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중인 무장세력에 의해 공항에 감금되는 등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소말리아에 투입된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자의 50∼80%가 소말리아 군지도자들에 의해 절취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패나 보복이 두려워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안보리의 입장이다.
소말리아는 금세기 최악의 가뭄에 지난해초 21년간의 철권통치가 무너진뒤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부족간의 주도권 쟁탈전까지 겹쳐 올해에만 30여만명이 사망했다. 유엔 일각에서는 최근들어 소말리아에 대한 신탁통치 실시 논의도 활발하다. 다국적군의 파병조치는 바로 소말리아에 대한 신탁통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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