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향방 불투명”이 크게 작용/과거 노골적 친여서 중립전환/자체적 여론조사·정보분석 바탕/선거헌금도 균형 갖추기에 역력재벌그룹 대부분이 이번 대선과 관련해 「등거난 대응전략」을 채택,종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때마다 집권당의 지원세력으로 나서 친여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재벌그룹들이 이번에는 중립적 자세를 견지,특정후보에 대한 편향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대선에는 지난 총선때 재벌그룹간 선거대리전과 같은 볼썽 사나운 추태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립내각이 들어서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과거와 같은 특정후보 지지요청이나 압력이 거의 없어진데다 대권향방이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어 특정후보에 도박을 거는데 너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재벌그룹의 대선기류에 대해 재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정주영후보를 위해 조직적인 득표지원 활동을 펴는 것 말고는 돌출된 움직임이 보이는 그룹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친YS계,DJ 지지파 등으로 분류돼 심상찮은 행동이 엿보였던 몇몇 그룹들조차 최근들어 중도노선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그룹명을 따 「2H2L」 또는 4인방으로 일컬어졌던 4개 그룹은 난달까지만해도 특정후보 지지를 위해 물적·인적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관측됐다. 10대 그룹내 L그룹의 경우 그룹연고가 경남지역인데다 총수가 모후보와 아주 가까운 사이이고 그룹고위층이 후보와 사돈 관계까지 맺고 있어 대표적인 친여그룹으로 분류돼 정치자금 지원설 등 각종 루머가 무성했다.
또 다른 L그룹의 경우 총수형제와 모 후보와의 학연 관계 등이 작용,그룹연구소의 경제전문가가 후보의 경제자문 역할을 하는 등 한때 음양으로 지원을 보냈던 것으로 관측됐다. H그룹의 경우 총수가 지난 5월 부산에서 신규 컨테이너 선명명식에 참석,이 지역출신 당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노골적인 지지연설을 하고 사내에서도 이 후보에게 그룹의 운명을 걸겠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점 등이 확인됐다.
한편 30대 그룹내의 K,H,M그룹 등도 지역연고를 맺고 있는 야당측의 모 후보에게 자금 인력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들 친YS 또는 DJ지지그룹들은 최근 대권향배가 불투명해지고 특히 정주영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당초 특정후보 지지 전략을 재고,등거리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H그룹의 회장비서실 임원은 『지금도 심정적으로는 특정후보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지원은 자제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며 선거헌금 지원도 가급적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그룹들이 이같이 중립적인 자세로 돌아선데는 정 후보의 견제활동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재계와 정가 소식통에 따르면 정 후보는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D,L,L그룹 등 주요 재벌총수들과 개별적으로 연쇄접촉,자신이 재계출신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최소한 타후보와 동등하게라도 대우해 줄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총수들은 이에대해 즉석에서 선거개입을 않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재벌그룹들은 그러나 대선 판세분석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조직적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보조사팀을 통해 정부기관의 분석자료를 입수하거나 보험·전자 등 전국적인 영업망을 활용,자체적인 여론조사도 극비리에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그룹은 최근 회장 특명으로 별도의 대선조사팀을 구성,다른 그룹의 동향파악에 나서고 있고 또다른 K그룹은 3당 집권별 시나리오를 작성,대선이후의 그룹진로를 연구하고 있다.
정상급 재벌인 S그룹이 당초 모후보측에 기울었다가 최근 등거리로 선회한 것도 자체 조사결과 다른후보의 지지율이 한달전에 비해 2배이상 급상승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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