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용만 재무부장관이 강력히 추진해왔던 공금리 인하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했다. 최각규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용만 재무부장관,조순 한은 총재,이진설 청와대 경제수석 등 고위 경제정책 담당자 4인은 2일 회합을 갖고 한은의 재할인 금리를 인하하지 않기로 하고 그대신 실세금리의 인하를 위해 통화량의 신축적인 조절,자금흐름의 개선,통화채와 회사채의 물량조절,금융기관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한 금리인하 유도 등 다각적인 노력을 계속키로 했다는 것이다.우리는 이 재무의 금리인하 계획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금리인하에는 자연스러운 여건조성과 관계부처간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바 있다. 우리는 고위 경제정책 당국자 4인 회담 결과에 대해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특히 금융정책의 당사자인 한은측의 주장이 수용됐다는데 대해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이 재무가 추진해온 공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해왔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요인중의 하나는 고금리다. 실세금리가 15∼20% 사이에 있는 고압금리 상태에서는 우선 금융부담에서 실세금리가 5∼10% 사이에 있는 선진국이나 신흥공업국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이 곧 공금리 인하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데 문제가 있었다. 한은측은 우선 자금시장의 왜곡현상을 없애기 위해 실세금리를 공금리 수준으로 하락토록 유도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이러한 여건이 조성되면 금리자유화 2단계를 앞당겨 실시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을 주장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재무부측은 당초에는 실세금리의 인하추세를 이용,공금리 인하를 서둘 것을 주장했으며 상업은행의 CD 부정유출 사건과 외국자본의 증시유입 등으로 사채시장의 위축,한은의 자금통제 강화에 따라 실세금리가 다시 오르자 이번에는 공금리를 먼저 인하할 것을 주장했었다. 재무부측의 성급해하는 듯한 공금리 인하추진은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을 사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번 4인 고위 경제당국자 회담에서도 한은측은 재무부측이 요구하는 재할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또한 인위적인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책으로 받아들여져 정부의 안정기조 경제정책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은측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인데 재무부측 입장과 상충됨에도 불구하고 한은측의 의견이 수용된 것은 아마 70년대이후 처음이 아닌가 한다. 안팎의 경제여건은 금융도 이제는 관치 금융에서 민간주도의 자율 금융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관련,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자체가 한은의 독립성을 적극 배양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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